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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Oct 03. 2016

이슬람력 연말과 창업 2년 차

이슬람력으로 오늘이 연말이다. 10월 2일인데 벌써 연말을 맞는 기분은 참 생경하다. 양력과 음력 이렇게 2번 연말연시를 생각하는 게 모자라 이슬람력까지 합치면 무려 3번. 그러나 한 해를 되돌아보고 또 다른 해를 새롭게 맞이하는 이 행위를 자주 할 수 있다는  내게는 행운이다.


올 한 해를 뒤돌아볼 때 가장 먼저 드는 키워드는 '창업 2년 차'이다. 회사를 차리는 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작년 달리 올해는 나름의 기반을 쌓고자 했다. 그러나 생각해볼수록 부족하고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굴곡진 강의 흐름을 타며 급류에 휘말려 배가 전복되지 않았다는 것, 그것에 스스로 자랑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어찌 됐건 나는 버텨냈다.


오늘은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괜찮은 직장들을 버리고 계속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려는 내게, 아버지의 반대는 어찌보면 당연했다. 30년 넘게 꾸준한 직장생활을 하고 정년퇴직을 한 자신으로서는 나의 길이 쉽게 이해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버지는 계속해서 나의 생각을 바꾸려 하셨고, 나는 끝까지 나의 선택을 되돌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말했다.


"너는 세상이 쉬워 보이느냐?"


아무래도 화려해보이는 내 스펙을 보고 하신 말씀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오해를 풀어야 했다.


"아닙니다, 아버지. 저는 솔직히 제가 창업에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할 확률이 10%의 길인데, 어떻게 성공을 생각하겠습니까. 90% 실패하겠지요. 그런데 저는 이왕 실패할 거라면 일찍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시도하고 또다시 시도하고 싶어요. 그러면 어느 순간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제까지는 살아남았지만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겠다. 아마 살아남은 다른 스타트업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중장기적인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소파에 한가로이 누워있는 시간에도 계속될 정도. 그 중장기적인 먹거리, 다른 말로 지속 가능한 기업을 위해 현재 내가 할 일을 생각해보며 나름 정리해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람들에게 신 쌓기

2. 미래 성장동력의 확보


1번이 2번을 위한 기반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러니 필수적으로 알제리에서 신뢰를 쌓는 데 노력할 수밖에 없는 일.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될 수 없었다. 좋은 첫인상을 주고 책임감 있게 업무를 처리한다고 해서 신뢰가 그저 주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신뢰는 무엇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고 내 일을 충실할 뿐이다. (지금은 나와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를 주었을까.)


2번에 대해서 세상을 넓게 볼 것과 나의 전문적인 영역을 좁게 볼 것에 대해 스스로 다짐했다. 즉, 인공지능 사회로의 변화를 계속해서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나의 전문성이 '어설프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의미다. 무턱대로 미래 사회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흔들림 없이 전문성을 키워고자 하는 노력에 정진해야 하며 그렇게 할 것이다.


과연 나의 창업 3년 차는 어떨까.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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