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트랑제 May 29. 2017

서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와서

서아프리카에 여행을 다녀왔다. 다녀와서 한 이틀은 앓아누웠는데, 이렇듯 이번 여행은 강도가 좀 셌다. 알제리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알제리가 이렇게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일상이 불만족스러울 때는 집을 나서는 게 때로 답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이번 여행에서는 사진보다 그림을 주로 그렸는데, 이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짧은 시간 안에 에너지를 팍 쏟아내는 거라서, 안 그래도 충전 불량인 내 몸이 자주 경고음을 낸 것이다. 게다가 여행지의 사진이 너무 없어져서, 여행을 기억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그러니 그냥 다음 여행에서는 사진을 많이 찍게 될 것 같다.


같은 아프리카 대륙인데도 많은 부분이 알제리와 달랐다. 우리가 아는 아프리카 이미지에는 서아프리카의 그것이 더 가까울 것이다. 우선 피부색이 더 까맣고, 경제 수준은 더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다. 맨발로 다니는 아이, 길 위에 널려있는 소 똥, 구하기 힘든 물 등 많은 이들은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위 사진은 세네갈 맹그로브 숲 위를 날아가는 새 무리를 찍은 것이다. 어스름이 찾아오는 무렵 사방에 흩어져있던 녀석들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그들을 바라보니 나만 홀로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넓게 펼쳐진 고요한 바다와 푸른 맹그로브 숲이 우주적인 공간감을 충분히 주었으므로, 나는 이 느낌이 어쩌면 '우주적 외로움'이 아닐까란 생각을 잠시 해봤다. 가끔 우주적 외로움을 느끼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일상의 행복에만 집중하고 싶다. 오늘 오전 집에서 커피 한 잔 타 먹는 여유가 너무도 행복했으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장미와 함께 장미 대선을 기다리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