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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Jun 30. 2017

정원 일을 하는 나에게

나이 얘기를 하는 동네 아저씨

"식생토 있나요?"


골재가 산처럼 쌓여있는 건축 자재점에 가서 식생토 좀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주인 왈,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사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다음날 그가 내게 전화를 줬고, 얼른 가게에 달려가 보니 흙이 가득 실린 트럭이 와있었다. 그에게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다. 배달까지 포함해서 3,500 디나. 이 곳은 예전 화폐단위가 혼동되는 곳이라 어쩌면 35,000 디나를 말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3,500 디나를 내밀었는데... 주인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참으로 가격이 싸구나... 


인부 한 명을 써서 집 앞에 트럭이 부려놓은 흙을 정원의 빈 곳으로 옮기도록 했다. 낮 12시의 태양은 너무도 뜨거웠기에 아저씨에게 물 한 병 주고, 나는 나대로 이런저런 정원 일을 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 흘렀고, 나는 오후 3시의 약속 때문에 일을 끝마치지 못한 상태로 아저씨를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저녁에 할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저녁의 삽질은 낮의 삽질과는 비할 수 없는 좋은 조건이다. 선선한 날씨에 바람까지 솔솔 불어주니까. 다만 나의 비실한 체력이 문제라면 문제인 것이지.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건네면서, 갑작스레 나이 얘기를 꺼낸다. 그리고선 너도 나처럼 금방 나이를 먹게 될 거라는 말을 한다. 


나는 대답했다. 

"나는 지금의 나이에서 머물고 싶어요."


그가 대답했다. 

"그건 불가능해."

 

맞다. 그리고 안다. 그러니 현재에 감사하고 또 행복해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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