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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Feb 24. 2018

이사를 한다는 것

이사를 하게 됐다. 산더미같은 짐들. 혼자가 아닌 여럿의 짐을 혼자가 정리한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임을 절절하게 느꼈다. 더불어서 정원의 많은 식물들... 화분 상태보다 정원에 심겨있는 녀석들이 많으니, 캐내는 것만 해도 분명 일이었다.


결국은 집 내부의 짐들은 어찌됐건 빼내야 했으므로 이사짐 차량에 심겼지만, 식물들을 바로 구해내지 못했다.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식물들은 천천히 빼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녀석들은 사라지고(가격이 나가는 식물 위주로) 나는 그대로 두었다가는 생이별을 계속해서 목격하게 될 것임을 예감하였다. 그래서 바쁜 와중(요새 바쁜가봐요...)에 틈나는대로 식물을 캐내기 시작하고 있다.


이게 쉬운게 아니다. 게다가 내가 가진 것은 큰 삽 대신에 모종삽. 이번 주는 철로 된 모종삽마저 없어서 플라스틱 모종삽으로 연신 흙을 긁어냈다. 일은 시작하기 전에 삽 하나 좋은 걸로 사서 했으면 지금 내 어깨가 보다 싱싱한 상태일것인데, 바보같은 짓을 했다. 뭐 어쩌겠는가. 몸이 고생하면 된다.


지인이 내게 말했다. 그러니 뭘 그리 많이 심었냐고. 그때 농담할 기운이 남아있던 내가 답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있잖아욧. 그가 다시 말했다.


아마 그건 한 그루일거야.


... 대답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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