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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Aug 28. 2018

공짜에 가까운 선인장 열매를 공짜로 얻다

선인장 열매 시즌이라 길거리에서 이 열매를 파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날이 더웠던 지난주, 차를 멈춰 세우고 리어카에서 열매를 파는 청년에게 다가갔다. 얼마냐고 묻는데 불어를 하지 못하는 친구라서 바디랭귀지가 동원되었다. 


"(아래를 향하고 있던 손바닥을 하늘로 올리며) 얼마예요?"


그랬더니 그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10 디나 동전을 꺼내 내게 보여줬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00원도 안 되는 가치. 내 눈은 동그래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매를 따서 리어카에 담고 그 리어카를 끌고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많은 수고를 했을 터. 또한 리어카에 있던 많지 않은 양의 열매를 다 팔고 또한 그 매출을 모두 이익으로 계산한다고 해도 정말 푼돈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청년의 얼굴은 너무도 밝았다. 즐거운 표정으로 나를 위해 열매의 껍질을 벗기는데, 웃는 입 사이로 하얀 치아가 인상적이었다. 대체 왜 웃나요, 당신. 희극을 가장한 비극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오는데, 그때 어떤 차량 한 대가 우리 옆에 멈춰섰다. 그리고 그 차량 주인이 내게 말을 걸어오더니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자 자기가 내 것까지 계산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선인장 열매를 공짜로 얻어 집에 돌아왔던 것이다. 이 날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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