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트랑제 Sep 21. 2018

온천이나 한 번 들려볼까

뜨거움을 잘 견디는 사람이라면 추천

장거리운전은 꽤나 위험할 수 있기에 중간에 적어도 한 번은 쉬려고 한다. 알제까지는 아직 꽤 남은 거리. 표지판에 반가운 단어가 보였다. Hammam(함맘). 온천이 주변에 있다는 얘기.


정확한 이름은 Hammam el biban. 이 곳 산들의 고도가 높고 내가 다녀본 온천들의 주변환경과 달라서, 이런 곳에서 따뜻한 물이 솟아오른다니 잘 믿겨지지 않았다.


헌병대의 검문대를 지나가자 꽤 큰 규모의 온천건물이 나왔다. 70년대에 제조된 어느 차량(알제리는 번호판에 차량등록연도를 표기해놓는다) 옆에 차를 세웠는데, 가만보니 그 운전자는 꽤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를테면 내가 이런저런 짐을 챙기고 차에 내리는동안 그는 고작 차키를 키박스에 꽂았고, 내가 핸드폰을 확인하고 차 문을 닫는동안 그는 차키를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부...르...릉"


그의 차답게 차의 시동마저 느리게 걸렸고, 내가 차 뒤편을 통해 그의 운전석쯤으로 되돌아갈 때에서야 그는 차키에서 손을 떼었다.


건물 앞에서는 표 판매자가 있었는데, 그가 내게 물었다.


"개인실로 하실래요, 단체실로 하실래요?"


내가 고민하자 그가 말한다.


"개인실로 하면 단체실도 갈 수 있어요."


개인실 비용인 200디나를 내고, 추가로 수건과 반바지를 구입해서(대여는 안된다고 했다) 개인실 안으로 들어갔다. 옷을 벗고 온천에서 구입한 후줄근한 반바지를 입는데, 누가 문을 벌컥 연다. 다리 한 쪽에 반바지가 걸고 있은채로 내가 그를 바라보자, 그가 하는 말.


"맛사지?"


안 한다고 말하고 문을 걸어잠그려는데 잠금잠치가 없었다. 이따 다른 맛사지사가 와서 나를 방해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2m2 면적 정도의 탕이 개인실 안쪽에 마련되어 있었다. 몸을 담그려 왼발을 디디는 순간, 너무 뜨거워 나는 황급히 발을 빼낼 수 밖에 없었다. 눈물이 쏙 나올만큼의 뜨거움!



나만 유별난가 싶어서 다른 개인실과 단체실의 탕을 봤는데, 온천욕을 즐기는 분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단체실의 탕에 오른발을 담그는데, 이번에도 너무 뜨거워서 발을 바로 빼냈다.


나를 보고 호탕하게 웃는 할아버지 한 분. 손짓하며 어서 탕 안으로 들어가라 하신다. 어느새 그 분 외에도 근처에 있는 다른 이들도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개인실까지 대여하고 수건과  반바지를 구입했지만, 나는 얼마 머무르지도 않은채 온천을 나왔다. 운전을 하는데 양발의 끝이 이따금씩 따끔따끔거렸다.

작가의 이전글 공짜에 가까운 선인장 열매를 공짜로 얻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