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움을 잘 견디는 사람이라면 추천
장거리운전은 꽤나 위험할 수 있기에 중간에 적어도 한 번은 쉬려고 한다. 알제까지는 아직 꽤 남은 거리. 표지판에 반가운 단어가 보였다. Hammam(함맘). 온천이 주변에 있다는 얘기.
정확한 이름은 Hammam el biban. 이 곳 산들의 고도가 높고 내가 다녀본 온천들의 주변환경과 달라서, 이런 곳에서 따뜻한 물이 솟아오른다니 잘 믿겨지지 않았다.
헌병대의 검문대를 지나가자 꽤 큰 규모의 온천건물이 나왔다. 70년대에 제조된 어느 차량(알제리는 번호판에 차량등록연도를 표기해놓는다) 옆에 차를 세웠는데, 가만보니 그 운전자는 꽤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를테면 내가 이런저런 짐을 챙기고 차에 내리는동안 그는 고작 차키를 키박스에 꽂았고, 내가 핸드폰을 확인하고 차 문을 닫는동안 그는 차키를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부...르...릉"
그의 차답게 차의 시동마저 느리게 걸렸고, 내가 차 뒤편을 통해 그의 운전석쯤으로 되돌아갈 때에서야 그는 차키에서 손을 떼었다.
건물 앞에서는 표 판매자가 있었는데, 그가 내게 물었다.
"개인실로 하실래요, 단체실로 하실래요?"
내가 고민하자 그가 말한다.
"개인실로 하면 단체실도 갈 수 있어요."
개인실 비용인 200디나를 내고, 추가로 수건과 반바지를 구입해서(대여는 안된다고 했다) 개인실 안으로 들어갔다. 옷을 벗고 온천에서 구입한 후줄근한 반바지를 입는데, 누가 문을 벌컥 연다. 다리 한 쪽에 반바지가 걸고 있은채로 내가 그를 바라보자, 그가 하는 말.
"맛사지?"
안 한다고 말하고 문을 걸어잠그려는데 잠금잠치가 없었다. 이따 다른 맛사지사가 와서 나를 방해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2m2 면적 정도의 탕이 개인실 안쪽에 마련되어 있었다. 몸을 담그려 왼발을 디디는 순간, 너무 뜨거워 나는 황급히 발을 빼낼 수 밖에 없었다. 눈물이 쏙 나올만큼의 뜨거움!
나만 유별난가 싶어서 다른 개인실과 단체실의 탕을 봤는데, 온천욕을 즐기는 분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단체실의 탕에 오른발을 담그는데, 이번에도 너무 뜨거워서 발을 바로 빼냈다.
나를 보고 호탕하게 웃는 할아버지 한 분. 손짓하며 어서 탕 안으로 들어가라 하신다. 어느새 그 분 외에도 근처에 있는 다른 이들도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개인실까지 대여하고 수건과 반바지를 구입했지만, 나는 얼마 머무르지도 않은채 온천을 나왔다. 운전을 하는데 양발의 끝이 이따금씩 따끔따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