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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Feb 25. 2019

알제리 시위, 그리고 두려움

벤탈하 학살 때문이다

벤탈하.


이 곳에 있었던 1997년 이 마을의 학살사건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 참고로 당시는 알제리 내전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던 시기였는데, 400여 명의 순진한 목숨들이 단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고 한다. 이 잔인한 학살의 주체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 모호하다는 점에서 나는 오히려 그 범인의 존재가 더 뚜렷하게 파악되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존재와 잔인했던 살해 방식에 대해 분노했다. 


그러던 중 2019년 2월 22일 엊그제 알제의 시민들이 현 대통령의 5선 연임에 반대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사실 이는 알제리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일인데, 2001년 시위가 법적으로 금지된 이 전례 없는 규모의 시위였기 때문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시위가 거리를 걷는 평화로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데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모 언론사에서는 알제리인들이 '공포의 벽'(이 곳은 평소에도 검문은 일상일 정도로 공권력이 센 곳이다 )을 깨부순 사건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으며, 그렇기에 적어도 이 날만큼은 많은 알제리인들에게 하나 작은 승리였다. 


나는 시민들이 그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기뻐했으나, 한 편으로는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해 내심 두려워하고 있다. 


우선 과거 다당제를 통해 FIS당이 선거에 이겼던 것이 알제리 내전 (1991년 ~ 2002년)의 발단이 되었다는 과거의 역사를 되짚어볼때 민주적인 정권 교체가 어렵다는 점인데 사실 두려운 이유는 기존 권력은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해오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알제리 근현대사에서 기존 권력은 상대에 대한 공격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인데, 실제로 어제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 명인 라시드 네카즈 씨가 경찰에 잡혀갔다 풀려나는 일이 있었다. 이러한 양측의 소소한 갈등이 점차 잦아지고 좀 더 격화되어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 나는 두렵기만 하다. 마치 벤탈하에서의 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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