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탈하 학살 때문이다
벤탈하.
이 곳에 있었던 1997년 이 마을의 학살사건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 참고로 당시는 알제리 내전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던 시기였는데, 400여 명의 순진한 목숨들이 단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고 한다. 이 잔인한 학살의 주체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 모호하다는 점에서 나는 오히려 그 범인의 존재가 더 뚜렷하게 파악되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존재와 잔인했던 살해 방식에 대해 분노했다.
그러던 중 2019년 2월 22일 엊그제 알제의 시민들이 현 대통령의 5선 연임에 반대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사실 이는 알제리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일인데, 2001년 시위가 법적으로 금지된 이후 전례 없는 규모의 시위였기 때문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시위가 거리를 걷는 평화로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데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모 언론사에서는 알제리인들이 '공포의 벽'(이 곳은 평소에도 검문은 일상일 정도로 공권력이 센 곳이다 )을 깨부순 사건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으며, 그렇기에 적어도 이 날만큼은 많은 알제리인들에게 하나의 작은 승리였다.
나는 시민들이 그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기뻐했으나, 한 편으로는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해 내심 두려워하고 있다.
우선 과거 다당제를 통해 FIS당이 선거에 이겼던 것이 알제리 내전 (1991년 ~ 2002년)의 발단이 되었다는 과거의 역사를 되짚어볼때 민주적인 정권 교체가 어렵다는 점인데 사실 두려운 이유는 기존 권력은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해오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알제리 근현대사에서 기존 권력은 상대에 대한 공격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인데, 실제로 어제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 명인 라시드 네카즈 씨가 경찰에 잡혀갔다 풀려나는 일이 있었다. 이러한 양측의 소소한 갈등이 점차 잦아지고 좀 더 격화되어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 나는 두렵기만 하다. 마치 벤탈하에서의 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