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트랑제 Nov 15. 2018

[포토] 추위는 여행 욕구에 불을 지핀다

나는 여행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날이 추우면 집에 있는 게 좋다. 방 안에 들어앉아 고구마라도 까서 먹어야 하겠다. 허나 고구마는 사치. 손에 닿는 아무 거나 쥐어 천천히 입에 가져간다. 소파에 드러누워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의 따스함을 느낀다.

햇빛의 따스함은 우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추울 때 밖을 나서는 건, 어느 정도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며칠 전 길을 걷는데, 갑자기 싸늘한 느낌이 온몸을 스쳤다. 이런 류의 추위는 한국의 것과 성질이 확연히 다른 것이라 자연스레 파리의 겨울을 떠올렸다. 유난히 추웠던 그때.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이라면, 공원의 한가운데서 멍하니 서있던 나를 커다란 나무줄기들이 둘러싸던 그곳의 이미지다. 나의 시선은 나무줄기를 따라 하늘을 향했는데 무엇을, 누구를 생각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종류의 외로움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냉정하게 판단해 그 유학시절이 그리 좋았을 리는 없었을 텐데, 한편으로는 그때가 그립다. 인간은 과거를 미화하기 때문일까. 어쩌면 나 자신도 모르게 좋은 경험의 양이 힘들었던 경험의 양보다 많았을지도 모른다.

파이프를 그려놓고서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고 외쳤던 르네 마그리트 René Magritte. 이 그래피티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이것은 그래피티가 아니다'고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습한 추위가 내 여행 욕구에 불을 지핀다. 프랑스를 생각하고, 그러다 보면 유럽을 생각한다. 또 아프리카를 생각한다. 점점 지평을 넓혀 아시아, 아메리카에 생각이 다다른다. 여행을 자제하자는 나의 지난 다짐은, 오늘도 이렇게 조금씩 흔들린다.


머무름과 여행 사이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머무름의 대명사인 식물도 가끔 작은 여행을 떠난다.
혹은 이런 방식으로

나의 지인 J가 얼마 전 말했다.


"나는 여행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요."


그가 얼마나 여행을 좋아하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먹었다. 평소 허투루 말하지 않는 그의 성향을 보면, 그 말은 진실일 것이다.


나는 존재한다 J'existe. 무엇 때문에? 그는 여행 때문이라고 했다.
먹고 Food 마시고 Drink 알코올도 곁들인다 Cocktail. 다시 음식을 맛보고 Taste,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Living. 명언이로구나.
추운 겨울을 가진 북유럽 사람들은 실내 인테리어에 신경을 더 쓰는 편이다. 집에 머무르고자 하는 그들의 성향 때문일 것이다.

내 삶에 있어 여행은 어떤 존재일까.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매우 중요한 것임에는 확실하다.


좋아, 여행은 중요해. 그런데 왜 이 녀석은 추운 날에 유독 나를 꾀어내는 것일까.

아름다운 풍경. 내 여행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대부분의 경우 풍경의 완성은 '사람'을 통해 가능하다고 나는 믿고 있다
때로는 사람 대신 오브제 Objet가 대신할 수도 있겠지
동물이 함께 하는 풍경도 멋지다
내가 유달리 좋아하는 이 곳.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당분간은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하자고 나 자신을 설득시키는 중이다. 여행은 따스한 봄날에 하자고 말이다.


그... 그래. 봄날. 봄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찾아올 것이니.

사실 봄날의 꽃만큼 아름다운 것은 별로 없다


작가의 이전글 사진을 보니 여행가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