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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Mar 29. 2020

<미드데이 인 파리> - 그 시작

(작년 글)


파리 출장이라... 좋을 수 밖에 없다. 가난했던 유학생시절의 파리는 춥고 또 추운 도시에 불과했지만, 이후 출장으로 갔던 파리에서의 시간은 항상 좋았다. 아마도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파리를 음미할 수 있으니까.


자기 온 친구의 연락. 파리에 가야 되는데 말이 되는 네가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게 그 친구의 말. 나는 며칠 정도 시간을 빼는 게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서, 그럼 그렇게 하자고 얘기해놨다. 나름 스케줄을 이리저리 고민하고나서 알제-파리행 항공권을 끊었다.


알제에서 파리까지 항공권은 한국-파리 항공권에 비하면 매우 싸다.주변 사람들에게 '마치 서울에서 제주 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에요'라고 하는데, 제주를 가기 위해서는 바다 위를 날아야 하듯 파리로 가기 위해서는 지중해 바다 위를 건너야 한다.


파리를 가는 일은 상당히 낭만적인 일이다. 도시의 구석구석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예술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파리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파리를 아는 사람에게 흔히 추천하는 관광코스들이 눈에 들어올 리는 없다. 나는 어떤 주제로 파리를 여행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2일간 일을 할 것인데 그 나머지 시간에 대해서 말이다.


고민의 종착역은 '영화'. 그 영화처럼 파리를 돌아보는 것에 마음이 갔다. 오래된 영화로 '사랑해 파리', '아멜리에' 등이 있겠지만, 이 영화의 장소들은 다채롭지 않고 그렇게 마음키지 않았다. 그러다 '미드나잇 인 파리'를 알게 됐다. 게다가 이 영화는 1920년의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알베르 카뮈와 그 시대(카뮈는 1940년대부터 파리 생활을 시작했다)에 한동안 빠져살았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보다 조금 이른 1920년대의 파리를 알아간다는 것도 재밌을 거라 생각했다. 시대적 상황을 조금 공부해보고 영화를 볼까 했지만 우선 영화를 보기도 했다.


영화를 틀었다. 파리의 여러 장소들이 스크린을 채우기 시작하니 내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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