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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Mar 31. 2020

내 책을 내보이기 싫은 순간들

일기는 나만 볼 수 있지만, 책은 출간되는 순간 세상 사람들에게 내 글을 다 내보이게 된다는 점에서 일기와 큰 차이점을 보인다. 많은 사람들에게 내 책을 소개하고 그로 인해 책이 많이 팔리면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우선 나보다 글을 잘 쓰거나 책을 많이 읽는 분들에게 내 책을 보이고 싶지 않다. 출간 소식을 알고 내게 직접 전화를 주신 어느 시인 분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셨는데, 사실 나는 어디론가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나는 그분이 얼마나 글쓰기에 대해서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문학에 투자하신 지를 알고 있기에 나 같은 사람이 책을 냈다는 사실이 끄러웠다.


또한 내 알제리 친구들에게 이 책을 보이고 싶진 않다. 그 이유는 카뮈 때문이다. 알제리인들에게 카뮈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카뮈는 알제리 독립에 찬성하지 않았다), 카뮈의 시선으로 알제리를 바라본다는 주제를 가진 내 책을 굳이 소개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회가 되면 카뮈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나의 시선만이 담긴 알제리에 대해서 더 이야기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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