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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Apr 10. 2020

광주 탐구생활 01

<커피창고>와 <학생백화점>

올해 초 한동안 글을 안 썼는데, 글에 고팠는지 요즘은 글쓰기가 막 하고싶어진다. 그간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밥벌이에 대한 고민에 주된 시간을 보냈고 책을 내기도 했다. 나는 책을 내면 그게 '끝~~' 하고 손을 털게될 줄 알았는데, 가끔 사람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작가'라고 부르니 그저 당황스럽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자란 고향, 광주에 돌아왔다. 어느새 3개월이 훌쩍 지났고 겨울도 역시 지났다. 식물이 새순을 내며 기지개를 켜듯 나도 그렇게 광주라는 세상을 기웃거리고 있는 중이다. 청소년기 이후로 오랫동안 멀어졌던 곳이라서 어릴적 교감이 많았던 장소조차 지금은 낯선데, 그 낯선 느낌을 이 곳에 조금씩 기록해보고자 한다.


순서는 정해놓지 않을 계획이다. 아무래도 내 취향이 점점 반영될 것이고, 몇 꼭지의 글이 나올지 지금은 예상하기 어렵다. 다른 주제와 더불어 시간나는대로 조금씩 적어봐야지.


첫 번째 글은 어제 우연히 마주친 곳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사실 이 곳을 가려고 마음먹었던 게 아니라 잠시 길을 헤맸던 상황이었다.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은 조급했지만, 그래도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길의 끝에서는 녹음을 만난다

길의 끝에는 고목과 생울타리가 만들어낸 녹음이 있었다. 주변의 건물은 근대 일본인이 만든 건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 한 장을 찍고 빠르게 지나치려는 순간 카페가 발견됐다. 카페 메뉴판을 보니 커피 가격이 매우 싼 게 아닌가!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그 안에 들렀다. 에스프레소를 잘 팔지 않는 가게가 많은데 이 곳은 그렇지 않았다.

매우 싼 가격의 에스프레소

다양한 손님들의 흔적(사진, 쿠폰 등)이 많은 걸 보면 카페의 역사가 나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게 건물에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서는 찾아오기 힘든 곳 같은데, 나름 입소문이 되는듯 했다.

손님들의 흔적과 오래된 책이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카페 안을 구경하며 주인의 취향을 살피며 커피는 마셨다. 나는 마치 이탈리아인처럼 커피를 들이켰는데 맛이 좋았다. 아마 주인은 놀랐을 것이다.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일어서는 손님은 아마 잘 없을테니.

카페 외부. 식물과 원두와 인형.

나는 시간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던 행동이었다. 혀가 데지 않은 게 다행. 참, 곳의 이름은 <커피창고>.

이 카페 옆에는 <학생백화점>이라는 이름의 문방구가 있다. 그래, 어른들만 백화점에 갈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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