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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Apr 25. 2020

롤랑 바르트의 사소한 실수

카페 플로르에서는 라 윈이 보이지 않는다

요즘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의 글을 읽고 있다.


카페 플로르에서 본 풍경. 건너편 서점 라 윈 la hune의 창턱에 한 여자가 앉아 있다; 유리잔을 손에 든 여자는 지루해 보인다; 그녀의 등 위에는 남자들이 서 있고, 일층 공간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칵테일 파티.

오월의 칵테일 모임. 해마다 때가 되면 열리는 상투적인 사교 모임들은 쓸쓸하고 울적하다. 찌르고 들어오는 아픔. 나는 또 생각한다: 마망은 이제 없다, 그런데 이 바보 같은 삶은 계속된다.


이 대목이 좋아서 읽고 또 읽었다. 프랑스 대표적인 지성인이 바보 같은 삶을 말하다니. 엄마(마망; Maman)를 잃고서 큰 슬픔을 겪는 화자에게는 삶이 충분히 바보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나는 잠시 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카페 플로르 Café de Flore에서 라 윈 서점이 보일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라 윈은 직선거리로 대략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데다 이들 사이에 여러 건물들이 가리고 있기에 직접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나는 롤랑 바르트의 이 사소한 실수를 눈감아 주리라. 그 시대에 카뮈 작품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봐 주신 분인데, 이 정도쯤이야 :)


* 아래 사진들은 모두 작년 겨울에 찍은 것들. 카페, 라 윈 서점 모두 롤랑 바르트는 물론이거니와 알베르 카뮈와도 관계가 있는 곳들이다.


카페 드 플로르 2층에서 가장 잘 보이는 가게는 루이 뷔통이다
카페 레 되 마고 Les Deux Magots에서는 라 윈을 볼 수 있다. 어쩌면 그는 이 곳을 말하려다 카페 드 플로르를 잘못 말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카페 레 되 마고 앞에서 라 윈 la hune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른편의 새하얀 건물이 라 윈이다. 지금은 더 이상 서점으로 기능을 하고 있지는 않다.
생 제르맹 데 프레 지역의 루이 뷔통 매장. 쇼윈도 안이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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