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읽었다. 철학자 김진영 씨의 번역. 그런데 김진영 씨는 프랑스가 아닌 독일에서 공부한 분이 아니던가. 그가 프랑스 작가의 글을 번역했다고?
책의 말미에 이 비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쇠유 출판사의 독일어 본을 번역 텍스트로 삼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독자는 프랑스에서 독일어로 가공되었다가 다시 한국어로 재가공된 글을 읽게 되는 것이다.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을 줄어들게 하는 이슈이나, 결론부터 말하면 좋은 선택이었다. 다수의 불한 번역자에서 느껴지는 어색한 문장이 이 분에게서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망 Maman의 뉘앙스까지도 살려주시고.
어렸을 때 외국문학을 멀리하게 된 것은 번역자의 어색한 번역 때문이다. 문장을 여러 번 읽어도 이해되지 않을 때면 내 자신이 바보가 아닌지 그런 생각까지 했는데. 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외국문학을 멀리할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그 점이 꽤 아쉽다.
오랜만에 잘된 번역문을 읽으니 기분이 좋다. 책의 내용도 훌륭하고. 만약 카뮈가 어머니를 먼저 하늘로 보냈다면 이 책과 유사한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