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날이 부쩍이나 추워져서 창살있는 문으로 찬 바람이 스며든다. 나는 대신 유리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가만히 누워 베란다 밖의 나무를 바라보는데, 베란다 천장에 있는 전등선이 심하게 흔들렸다. 나뭇잎의 움직임으로 보아 세찬 바람이 부는게 아니었는데도.
자세히 보니 그 선에 새 한 마리가 매달려있다. 유리문 너머의 나의 존재는 알아채지 못하고, 다른 곳만 연신 두리번거리는 녀석. 그러더니 금세 천장으로 사라져버렸다. 전등선이 시작되는 부분에 작은 구멍이 있는 것이다.
고요한 내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아침의 새 소리가 녀석이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계속되는 새똥 테러의 범인 또한 녀석이라는게 확실해졌다. 그렇다면 베란다에 빨래대를 치워야 하는걸까. 그리고 빨래대를 어디로 옮겨야 하는 걸까.
내게는 너무나 어려운 선택을, 녀석은 강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