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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Nov 30. 2015

베란다 손님

내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날이 부쩍이나 추워져서 창살있는 문으로 찬 바람이 스며든다. 나는 대신 유리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가만히 누워 베란다 밖의 나무를 바라보는데, 베란다 천장에 있는 전등선이 심하게 흔들렸다. 나뭇잎의 움직임으로 보아 세찬 바람이 부는게 아니었는데도.


자세히 보니 그 선에 새 한 마리가 매달려있다. 유리문 너머의 나의 존재는 알아채지 못하고, 다른 곳만 연신 두리번거리는 녀석. 그러더니 금세 천장으로 사라져버렸다. 전등선이 시작되는 부분에 작은 구멍이 있는 것이다.


고요한 내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아침의 새 소리가 녀석이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계속되는 새똥 테러의 범인 또한 녀석이라 다. 그렇다면 베란다에 빨래대를 치워야 하는걸까. 그 빨래대를 어디로 옮겨야 하는 걸까.


내게 너 어려운 선택을, 녀석은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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