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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Dec 16. 2015

택시기사와의 가격협상

오늘은 그래도 가격을 깎았다

알제에는 택시가 그리 많지 않은데, 수요는 그보다 넘쳐서 불법 택시가 꽤 많은 편이다. 불법 택시는 합법적인 택시와 달리, 차량 위에 등이 없다. 주요 버스정류장, 광장 등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에 가보면 운전자가 탑승한 채 도로변에 주차된 차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중 태반이 불법 택시다. 운전자가 '택시?'라는 말에 반응하면, 불법택시라 볼 수 있다.


이런 불법 택시를 이용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우선 합법적인 택시가 잘 보이지 않으며, 설마 운 좋게 합법적인 택시를 잡았다고 할지라도 택시기사는 가는 곳에 따라 손님을 가리는 경우가 많다. 즉, 운전자가 생각하기에 별로라고 생각되는 곳을 손님이 말하게 되면, 그냥 떠나버리는 것이다. 불법 택시도 퇴짜를 놓기는 하지만, 합법 택시보다는 덜 한 편이고 가격이 더 싸다. 불법이던 합법이던 택시운전사 대부분은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운다. 알제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택시기사를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늘은 급하게 갈 곳이 있어서 불법 택시를 탔다. 매번 택시기사와 가격 실랑이를 하는 게 싫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그들에게 '내가 여기에 몇 년 있었는지 아느냐. 원래 이 금액이 아니다.'고 반박하지만, 사실 나는 가격협상에서 이긴 적이 거의 없다.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매번 바가지를 당하는 게 억울해서, 오늘은 실랑이를 좀 오래 했다. 한참 후에 '내가 외국인이라서 이렇게 높게 부르느냐'고 쏘아붙이자, 운전기사가 바로 대꾸하지 않고 뜸을 들인다. 잠시 후 말을 잇는 그. '너의 말이 내 마음을 자극했어.'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던 나로서는, 침을 꿀꺽 삼키고 다음 대답을 기다렸다. 그의 말. '네 말대로 깎아줄게.' 아, 나는 긴장했잖아. 얼굴도 곱상하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말에 뜸을 들이니까 쫄았잖아 라고 속으로 말했다. 


덧붙여 그가 말한다. '내게는 알제리 인도, 한국인도, 프랑스인도 모두가 형제야.'


캬아, 이 친구는 종교를 떠나 누구든 형제라는 샤를 드 푸코 신부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진심 감동했다. 가만, 근데 너는 형제한테도 바가지를 씌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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