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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Jan 04. 2016

감미롭고도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

카뮈가 살던 그 거리에서 그가 표현한 이미지를 마주하다

갑자기 겁이 난 아이가 식구들이 있는 곳을 찾아 가난한 자기 집을 향해 달려갈 때면, 돌연 신비하고도 불길해지던 동네의 감미롭고도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그  이미지...라고, 카뮈가 표현한 벨쿠르(Belcourt) 거리를 나는 친구와 친구의 부인과 함께 지난다. 친구의 부인은 만삭의 몸. 벌써 몇 번째  이곳저곳의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능력 없는 의사는 항상 검사소를 들렀다 오라고만 말한다. 검사를 받고 오면, 이런저런 수치가 정상에 가깝지 않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고 물으면, 일반적인 얘기만 늘어놓는다. 의학에 무지한 나라도 그런 말은 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지쳐버린 우리는 다시 차에 올라탔다. 여기저기 돌아다닌 탓인지 몰라도, 친구의 부인은 더 이상 배의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어느새 벨쿠르 거리가 꽤나 어둑해졌다. 카뮈가 말한 신비하고도 불길해지던 동네의 감미롭고도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던 이미지가, 차창 앞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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