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기회를 놓쳤다
현지 친구가 자신의 고향 지역에서 만든 올리브유를 선물해줬다. 맛과 품질이 뛰어나지만, 재활용한 1.5리터 페트병에 담겨 있어 겉만 보고는 이게 좋은 건지 알 길이 없다. 우리나라의 소주병에 담긴 참기름을 생각하면, 아마 이해가 될 것이다.
얼마 전 물을 마시러 부엌에 갔다가, 식탁에 놓아뒀던 그 페트병을 들이킬 뻔했다. 잠이 덜 깬 상태여서 순간적으로 착각한 것이다. 만약 마셨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는데, 카빌 사람들 다수는 올리브유를 아침에 일어나서 정말 한 컵씩 들이킨다는 말이 떠올랐다. 친구에게 물었다.
"너도 아침에 올리브유 마시니?"
"응"
너무나 당연하다는 투로 대답하는 그를 보며, 나도 한 번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게 쉽지 않다. 식용유를 한 컵 마시는 것 같아서 눈을 딱 감아도 못 하겠다. 그때 잠결에 들이켰어야 했는데, 나는 아무래도 기회를 놓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