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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Jan 27. 2016

경찰서 방문

지난 주에 교통법규 위반으로(-_-;) 경찰에게 운전면허증을 뺏겼다. 그래서 운전면허증을 돌려받으러, 꽤 먼 곳에 있는 B지역 경찰서를 찾아갔다. 원형 교차로에서 좌측을 바라보면 찾을 수 있다는 말을 샌드위치 가게 주인한테서 들었는데, 당최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차를 멈춰 세우고, 지나가는 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11시 방향으로 가라는 그의 말을 따라, 원형 교차로를 빙빙 돈 다음에 임시 검문소가 있는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곳에 있던 경찰이 나를 불러서 이 곳이 아니니 차를 돌려서 나가라고 했다. 그는 덧붙여 말했다. 경찰서는 저~어~쪽에 있어요.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우선 라운드 어바웃을 빠져나왔다. 차를 멀지 않은 곳에 주차한 후에, 지나가던 행인에게 다시 길을 물었다. 그는 내게 손가락으로 어떤 방향을 가리켰는데, 그 방향에는 물 웅덩이, 그리고 몇몇  나무 이외에는 보이는 게 없었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고 되뇌이면서 다가갔는데, 나무 뒤로 조그만 샛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곳에 경찰서 입구였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신분증을 맡기고, 나는 어떤 건물의 첫 번째 방에 안내되어 들어갔다. 나는 지갑에서 벌금고지서를 꺼내 보여줬고, 담당자는 내 이름을 재차 물어서 확인했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벽면에 있는 서랍장으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조그만 서랍이 빼곡히 있었다. 각 서랍의 바깥 면에는 A, B, C와 같은 이니셜이 붙어 있었다. 


나는 그가 당연히 내 이름의 첫 글자인 S 쪽으로 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C 서랍을 열었고 그 안에 있는 서류를 하나씩, 그리고 꼼꼼히 찾기 시작했다. 어쩌면 S와 C가 발음이 비슷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잠시 후 그는 C 서랍을 닫고서 D로 이동했다. 그리고 E로 이동했고 그다음에는 F로 이동했다. 나는 S까지 얼마나 많은 서랍이 있는지 눈으로 대략 가늠하고 나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건물 밖에는 햇살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 빛으로 인해 잔디는 연노란빛을 발하고 있었다.


멍하니 서있으면서 나는 그의 행동에 수상한 점이 있었음을 알아챘다. 그것은 그의 시작지점에 대한 의문. 즉, 그는 왜 C에서 시작했을까? 그의 꼼꼼한 성격을 고려해볼 때, 그는 A 서랍부터 열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아무 쓸모없는 생각으로 나는 시간을 보냈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그는 S 서랍장으로 이동해있었다. 마침내 그는 내 운전면허증을 찾아냈다.


경찰서에 나오니 점심시간이 됐다. 오전이 그냥 흘러가버린 것이다. 엄청나게 막히는 도로 탓에 대부분 시간은 도로에서 보냈는데, 그 나머지는 경찰서 앞에서 헤맸고 또 너무도 꼼꼼하신, 그러나 약간의 수상한 어느 분을 기다리느라 그 나머지 시간마저 흘려 보냈다. 여기 있으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안 하는데도, 시간이 휙 지나가버리는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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