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sso Fiorentino_Musical Angel
그림을 보기 전에 Weiss의 Lute Sonata(No.43 Aminor–Courante)를 플레이를 누르고 감상을 해보자! 류트는 기타보다 조금 가벼운 소리를 내는데 현악기만의 감미로움이 더해져 그림 속으로 우리를 쏘~옥 빠져들게 한다. 특히 ‘No·43A minor–Courante’는 단조가 주는 슬픔을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어 그림하고도 잘 어울린다. 그림 속 아기천사가 잡은 코드도 기타에선 Am7으로 minor다.
이 그림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Rosso Fiorentino의 ‘Musical Angel’이다. 그림에선 아기천사가 왼손으로 코드를 잡고 오른손으로 류트의 줄을 튕기며 자연스럽게 류트를 연주하고 있다. 얼굴만 보면 네다섯 살 되었을까? 팔도 자라가지 않을 아기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류트를 연주할 수 있을까? ‘시적 허용’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듯이 ‘천사’라는 것을 참작하여 예술적 상상력을 동원하고 허용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보자.
그림에서 우리의 눈을 가장 먼저 잡아끄는 건 아기천사의 표정이다. 지루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 슬퍼 보이기도 하는 아기천사다. 왜 아기천사가 이런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 그림이 그려진 1521년은 후기르네상스로 여러분이 잘 알고 있듯 사람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시기다. 그러다 보니 이렇듯 인간의 마음을 천사에게 담기도 했다. (Rosso전에 르네상스 3대 거장 중 1인인 라파엘로가 ‘Sistine Madonna’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하고 전혀 다른 궁금한 듯 무심히 쳐다보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천사 둘을 이미 그렸다.)
이 그림을 보면서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우리 주변 모두가 한 번쯤 지어봤을 법한 표정이라 생각했다. 언제였더라? 그렇다. ‘기다림’에 지친 지루함이 느껴지는 표정. 아기천사로 그려놓았지만, 아기가 지을 만한 표정이 아니다. 우리가 조금 많이 어려서 마음에 누군가를 담지 않고는 못 배기던 그때. (마흔이 넘어 이제는 그럴 기력이 없네^^) 언제 올지 모를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다 지쳤던 우리 모습이다. 그림에서 여러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푸-훗 난 안 그랬다고?
그래, 더는 말하면 무엇할까?
그래도 예전 그 기다림의 마음을 달래줄 시 하나를 놓아본다. 누군가‘덜떨어진 모더니스트’라 말했던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시다. 황지우의 시는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에서 참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시는 기다리는 사람의 심리표현을 정말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이 시를 여러 번 곱씹어 읽다 보면 그래 나도 그랬지 라는 공감이 절로 일어난다. 그리고 반전은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에 있다. 지루함의 끝은 떨쳐 일어나는 거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 작가소개
Rosso Fiorentino의 본명은 Giovanni Battista di Jacopo으로 후기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라 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다빈치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프랑수와 1세에게 초청을 받아 파리에서 주로 활동을 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