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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rick Oct 17. 2020

위로받고 싶지 않나요?

Coalescence of Sou_Max Švabinský


   모두들 코로나19 속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무탈하게 지내는 것 같긴 하지만 어딘가 하나가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 있진 않나요?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 속 에서 혹 위로받고 싶진 않나요? 

   저는 위로 받고 싶습니다. 

  코로나19가 제 모든 것을 빼앗은 것 같습니다. 시간과 돈이라는 약간의(?) 제약이 있긴 했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어디든 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까지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사람들을 만나 진탕 술을 마실 수도 있었습니다. 가족들과는 맛난 거 먹으러 언제든 외식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마음에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같이 볼 그림은 Max Švabinský(1873-1962)의 ‘Coalescence of Soul’입니다. 직역하자면 ‘영혼의 합체’ 정도 됩니다. 더 멋진 제목을 짓고 싶은데 잘 떠오르질 않네요. 이 그림을 Národní galerie Praha – Veletržní palác(프라하국립미술관하면 틴광장에 있는 골츠키스키궁전이 더 앞서 나오는데 거기보단 Veletržní palác에 볼만한 작품이 많습니다.) 에서 봤을 땐 ‘음~ 슬프군. 조금 어두운 게 내 분위기하고 어울리는데.’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현실과 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지금 이 그림은 제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고, 누군가 날 위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화면 한가운데 남녀가 있습니다. 남자는 모든 것을 잃은 양 두 눈을 크게 뜨고 초점 없는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족이 죽었을까요? 아니면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긴걸까요? 그림 속 남자는 큰 상심에 빠져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큰 상심입니다. 큰 상심이 아니고서는 저런 표정이 나올 수 없겠죠.(지금의 제 상태를 조금 과장하자면 그림 속 남자와 같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남자에게는 연인이 있습니다. 

  어쩌면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시선이 가기도 합니다. 여자는 두 눈을 감은 체 남자의 상심을 마음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몸을 자신의 가슴에 끌어안은 체 두 손으로(손가락이 길기도 합니다.) 남자의 얼굴을 감싸고 있습니다. 또한, 여자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남자의 등 뒤로 흩날리며 등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여자는 온몸으로 남자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그림의 전체적인 색감은 조금 어두워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를 깊은 상념 속으로 인도합니다. 하지만 우리를 빠져나올 수 없는 곳까지 데려가진 않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두움 가운데 작은 밝음이 보입니다. 여자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있습니다. 채도가 낮은 분홍이긴 하지만 그 분홍원피스는 희망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아주 조금이지만 밝은 노랑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그림은 슬픔과 상념이 다인 것 보이지만 가느다란 희망의 밧줄이 숨겨있습니다. 여자의 위로 때문에 영혼으로 연결되어있는 두 연인은 곧 희망을 찾아 다시 일어서리라 기대됩니다. 

  여러분은 누구의 영혼과 연결되어있나요? 여러분을 위로해 줄 사람은 누구인가요?

코로나19로 우리 모두 위로받고 싶은 그런 계절입니다. 하지만 나보다 더 상처받은 영혼이 주변에 있을 수 있습니다. 말없이 두 눈 감고 꼬옥 안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꼬옥 안아줬으면 싶기도 합니다. 

  한 번 찾아보세요.

  날 위로할 사람도 없고, 내가 위로해주고 싶은 사람도 없다고요?

  그럼 제게 연락을 주세요.

  전 지금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아주 많고요. 위로할 수 있는 마음도 조금 가지고 있답니다. 


■ 작가소개

Max Švabinský는 체코의 국민화가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주는 Národní umělec, 레지옹 도뇌르 훈장, Order of the Republic (Czechoslovakia)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체코가 자랑하는 프라하 성내의 성비투스대성당 창문에 스테인드글라스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체코국립미술관에는 ‘Coalescence of Soul’에도 여러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1962년 2월 10일 사망했으며 프라하의 Vyšehrad 묘지에 무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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