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시적 순간)

따뜻하게 맺어졌기를

by 박소진


오늘의 발견 (시적 순간)



“지금이 바로 시적 순간”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온몸으로 감각하는 순간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일. 비록 문학인이나 예술가들만의 단어가 아니다. 문학이 어떻게든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 중 하나라면, 삶 속에서 어떤 감정과 기억이 현현하여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있다. 그것을 나는 시적 순간이라고 부른다.


시적 순간은 삶의 순간순간마다 느끼는 경험이다. 오늘을 사는 중에 보고, 듣고, 먹는 순간 느끼는 기분의 증명이다. 청량한 순간이다. 먹먹한 순간이다.


“늘 보아 오던 사람이 어느 날은 정말이지 특별해 보이는 날 있지, 그래서 그 사람과 사랑을 시작하게 되기도 하고, 언제나 질리지 않던 음식인데 오늘은 괜히 지겹기도 하는 거 있잖아. 아니면 계절에 맞춰 옷을 정리할 때마다 헤어진 이를 문득 떠올릴 수도 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엄마의 음식을 그리워하는 마음 같은 거.”


기억의 이음에 계기가 되어 주는 것, 시적 순간은 살아간다는 의미 속에서 기억의 징검다리가 되어 준다. 시간의 결에 패어 물든 순간의 장면 장면마다, 내가 나로서 나의 세계의 층계를 걷게 한다. 삶 자체는 빈틈이 너무 많다. 너와 내가, 그리고 우리가 완벽하지 않아서 그렇다. 우리의 삶은 완성되지 않은 하얀 종이기에, 흰 노트에 잠깐 표시를 해 두는 순간이 시적 순간, 그즈음이라고 해 두자.


이제 오늘 발견한 것들에 대해, 그것이 비록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표적을 새겨 놓자. 글자를 쓰고 내게만 보이는 괄호를 쳐 놓자. 시공간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여기서 가장 행복했던 오래 전의 나를 만나고, 나는 여기서 지독히도 슬퍼했던 순간으로 돌아가기도 해서 지금의 삶에 상상의 여지를 열어 둘 것이다.


[따뜻한 시차] *속 작은 제목으로 둔 “오늘의 발견 (괄호 넣기)”는 이러한 여지들의 발견이었다. 아주 소소하고, 아주 개인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진 파장은 우리들의 보편적인 감정을 타고 멀리, 거대하게 전해질 것이다.


가끔, 한 겨울 어느 날에는 대학 시절 노천극장 뒤를 걷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지난 누군가와 함께 맡았던 유월의 아카시아 향기가 항상 내 곁에서 녹아내린다. 지금의 행복과 만족이 꼭 지난 기억들로만 꽉 차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예전의 많은 기억들이 지금 나의 시적 순간을 꽃피우고 있다. 이제는 어떤 일상이 내게서 흐드러지게 퍼져나갈까. 누군가에게는 늘 청춘으로, 누군가에게는 설렐 어느 날의 기다림으로 그렇게 늘 자기 자신 같을 미래가 오늘과 함께 있다. 따뜻하게 찾아본다 너의 오늘을.


기억의 이음에 계기가 되어 주는 것, 시적 순간은 살아간다는 의미 속에서 기억의 징검다리가 되어 준다





[따뜻한 시차] * 속 사진들은 모두 작가 본인 촬영입니다. 무단 도용과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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