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거기에 내 별자리

by 박소진

오늘의 발견, 시인의 ( _____




네 자리에 가득히 맺힐 너를 위하여

너 한 가운데에서 흩어질 별들을 위하여



달이 차고 기운다. 또다시 파도가 밀려왔고, 손톱만큼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여기를 훑고 간다. 아무것도 두고 가지 않는 것에 대해 미안해졌다가도 다시 쓸려 계속 간다. 지구의 자전이라는 약속이 여전히 유효해서 오늘도 달이 차고, 이내 기운다. 오늘도 어제처럼 파도가 일었고, 어제처럼 오늘도 모든 것이 그들이 왔던 곳으로부터 왔다. 내가 차면, 너는 비워졌고, 네가 비워지면, 내가 가득해졌다. 네게 나는 가득 차고, 너라는 우주도 내게 꽉 채워질 밤, 생명 가득한 곳에서 너를 세는 오늘 같은 밤, 참 반짝이는 밤.


어김없이 일어나는 일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그것은 불안에서 찾는 어떤 규칙적인 무늬를 세는 일과 같은데, 이는 나의 별자리를 오늘의 계절에 찾아보는 일과 꼭 닮았다. 나의 계절은 가을이라 나의 별자리도 적당히 차갑다. 쓸쓸한 파도를 발로 툭툭 치다 튀긴 물결 위에 나를 매달아놓고, 위태롭게 물결 위에 서 있다 보면 머리 위에는 어느새 달이 기울었고, 발 밑 파도는 기운 달을 지구 반대편으로 슬피 데려간다. 거기는 내가 나를 바라보는 곳, 내가 서 있던 곳, 머리 위로 별들이 쏟아진다.


소녀가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마리 앙투와네트와 오스카」라는 책의 마지막 장에는 별자리 이야기가 있었다. 자신에 대한 짧은 몇 줄을 소녀는 아주 오래오래, 항상 처음인 것처럼 읽었다. 소녀가 가진 가장 아름다웠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읽었다. 어른이 되기 전까지, 자신의 별자리에 대한 짧은 예언을 하루도 빠짐없이 읽었다.


- 내 생일은 10월이야, 그러니까 나는 천칭 자리래, 여기에 있네, 난 오늘 먼 곳에서 오는 소중한 사람을 만날 거래, 주변을 도울 일이 생길 거래. 타원형의 모양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데.


오늘 같은 여름밤은 내가 너를 닮은 별을 찾는 밤이다. 네가 어디에 있든, 내가 있는 곳의 서쪽 하늘 어딘가에 있을 가장 밝은 샛별을 찾는 것이 우리에 대한 맹세였다. 그 별에 점을 찍어 근처에 있는 일곱의 별들을 찾아보며 걷자고 했다. 이제 우리들의 말은 쓸려가는 파도처럼 우주 넘어 나의 별 뒤로 흩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는 없을 나의 별자리를 새삼 다시 생각하는 일은, 밤이라 해도 파도가 얼마나 넘실거릴는지, 달이 얼마나 기울는지, 내일의 파도는 어떻게 밀려갈는지, 또 그다음 해의 천칭자리의 수많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어떻게 만나고, 헤어질 건지에 대한 예언이고 위안이다.

유럽의 달력에는 달이 차오르는 날을 오늘의 날짜 옆에 함께 적어 놓는다. 달이 머리 위 어딘가로 걸어올 때 나의 별자리는 너를 얼마큼 따라갈까. 라디오에서는 앵커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이 달의 별자리 운세를 전하는 오늘 같은 날, 지구는 여전히 자전을 하고, 파도는 온 길을 쏠며 나를 지나간다.



소녀가 가진 가장 아름다웠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읽었다. 어른이 되기 전까지, 자신의 별자리에 대한 짧은 예언을 하루도 빠짐없이 읽었다.



「마리 앙투와네트와 오스카」의 마지막 장을 아주 오랫동안 설레면서 읊었던 날들의 숫자만큼 그리운 사람들이 하늘에 손을 뻗고 손가락으로 별을 센다. 별의 걸음을 되새기는 순간, 오늘도 여전히 지구는 자전하고, 파도는 계속해서 밀려오고, 다시 쓸려 간다. 나는 가장 가득하게, 그리고 어제보다 낮은 방식으로 제일 밑바닥에서 별을 마주 본다. 손가락을 뻗어 샛별에 검지를 찍고 줄을 긋는다.

한 달에 두 번, 달이 차오르는 동안 나의 별자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 이후로도 그 자리에 또 거기 그대로 있을 나의 별은 계속해서 소녀의 마지막 페이지를 읊어주겠지. 어른이 되어도 굳게 맹세할 많은 종류의 믿음에 대해. 결코 알 수 없을 것들도 그저 믿으면 된다고 여기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까만 밤 시소를 탄 별들이 내 머리 위로 오르고 내린다



밤 위에 누운 밤을 일으키는 마음으로



밤 위의 밤을 걷는 밤,

거기는 내가 갈 수 있던 어제의 가장 끝

좁고 뾰족한 거기서

번지고 부서져버린 이름들을 생각했다

안쓰러운 어깨에 얹힌 무게를 말하던 낱말 위에

가라 앉고 사라지는 것들을

겨울 파도 같은 문장의 힘에도

떠오르지 못하는 추가 달려 있을 말들을


거기는 나의 가장 끝, 내가 다다른 오늘의 가장 피곤한 곳.

시간의 겹은 너무도 두껍게 쌓여

짐처럼 무거워 오늘도 잠자리에 돌아 눕는다

모난 사람 없다고 했는데,

오늘의 나는 쓰고, 지우고 그럼에도

다시 썼고, 지웠던 나


바닥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내가 젖어 드는 목소리

괜찮아. 내가 나를 희미하게 토닥거리는 밤,

나를 오래오래 안아주던 밤의 목소리, 목소리는 느리게 느리게 걸어왔고, 천천히 떠올랐고,

고요하게 머물다 가던 몸짓


이것은 내가 너를 안아주며 잠드는 밤,

이것은 내가 나를 맞으며 맞는 밤,

그러니까 이건 가장 어둡게 빛나는 밤의 위로.

내가 내게 보내는 불면의 문장들

고독과 고독이 흘러내려 쌓이는 풍경을 안고

오늘을 절며 간다

누군가는 나의 가장 가까이에서

언제나 날 가장 뜨겁게 안아주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너는, 그러니까 나는, 목소리와 목소리 사이에 맺혀있는 위로의 언어였다

밤 위에 누운 밤을 일으키는 마음으로

까만 밤을 걷다가 고개를 든다


밤 닮은 검은 새가 우는 밤 가득,

분홍빛 사과 꽃 향기가 젖어 드는 순간 속에 스며

무수한 이야기가 바람 위에 머물며 사락거릴 때,

제일 여백 같던 순수한 이름이 터질 듯 거기 맺혀 있고

반짝이는 것들은 모두 바람에 실려 기다리듯 온다

어떻게도 불려지지 않던 창백한 소리도

이제는 이름으로 불린 말이 되고

이름 붙여진 말들은 의미의 은유로 돌아 돌아서


노랑은 도랑을 흐르던 소리였다는 말

숲을 모으던 아기 작은 손바닥에 올려진

토끼풀의 보드라움에 대한 말

작은 개울 속 동그마한 돌멩이 들어

작은 소라 찾던 동심에 대한 말

아기 손가락 사이에 끼운

민들레 꽃 반지의 포근함에 대한 말

게으르고 나른한 낮잠 위로 포개진 기도의 손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찾는 말

간절한 매듭을 푸는 착한 바람의 말들이

어깨 위를 지나간다


저기서 인사하는 아는 이의 표정과

여기서 들려오는 너의 진심과

여기서 건네는 나의 위로들이 밤 빛에 쏟아지고.

마음을 모으고 따라오는 소리를 본다


까마득한 밤에 가장 빛나게 속삭이듯 날 마중 나온 말, 그러니까 그것은 기다리듯이 온 오늘의 포근한 인사

밤 위에 누운 밤을 일으키는 마음으로 까만 밤을 절며 걸어 올랐다



이것은 내가 너를 안아주며 잠드는 밤, 이것은 내가 나를 맞으며 맞는 밤, 그러니까 이건 가장 어둡게 빛나는 밤의 위로. 내가 내게 보내는 불면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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