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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진 Mar 07. 2022

안경테





얼마 전, 안경을 새로 했다. 5년 만에 바꾸는 거네, 요즘 유행하는 테들이 참 괜찮네, 하면서 상점 안을 돌아다니며 얼굴에 맞는 테를 쓰고, 벗고 했다. 기분도 새로울 법했는데 결국 고른 것은 예전과 비슷한 모양이었고, 그래서 새 안경을 눈치채는 사람도 없었다. 대신 귓바퀴가 반응했다. 안경사는 내가 고른 테를 내 얼굴에 씌어보고, 귀에 걸쳐 보고, 이리저리 자기만의 방식으로 굽혔다 폈다. 깨끗한 유리 테이블에 놓아보기도 하고, 다시 내 얼굴에 걸치다, 이게 마음에 쏙 안 드는지 안경다리를 조금씩 계속해서 고쳐냈다.


균형이 맞게 나온 안경테가 내 얼굴을 위해 조금씩 움직인다. 유심히 보아야 알아차릴 수 있는 빈틈을 찾아 편린만큼 움직인다. 양쪽 귀의 다른 높낮이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으나, 가끔 나를 못나 보이게 할 때가 있다. 가끔 계절이 바뀌어 상점에 컬러풀한 패션 선글라스를 써볼까 싶으면 무안해져 황급히 벗어 버린 경우도 많다. 기우뚱 삐딱하게 기울여 걸친 꼴이 우스꽝스럽다.   


삶에도 더러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 많이 있다. 눈가에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주름의 숫자와 내 일상의 피로와의 비례, 마음은 시커먼데 입꼬리를 올려야 하는 순간, 전쟁 중인 땅과 동시대 다른 곳에서의 평화, 햇빛은 쨍쨍한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하늘. 이것들은 섞이지 않지만 결국 하나다. 귀의 모양만을 가만히 보면 이렇게나 이상해 보일 수가 없는데도, 생활에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 않나. 분명히 존재하는 균형의 균열들이 매 순간 도드라지지 않는 것은 불균형에도 익숙해할 줄 아는 보통의 삶을 대하는 자세 때문인 듯싶다.


높낮이가 다른 양쪽 귀는 꼭 맞게 편안한 방식으로 새로 맞춘 안경테 덕분에 더 이상 불편하지 않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불균형의 기울기는 곳곳에 있다. 단지 삐딱하게 보인다면 다시 고치면 된다. 잠깐 몸에 걸쳤는데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나와 균형이 약간 맞지 않는 것뿐이니까. 그리고 이것은 가끔 알아차릴 뿐이니까.






#글쓰기를위한영감훈련아카이브 

#박소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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