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기다립니다. 결핍의 그 시점을.
살다 보면 운명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히로시마 선발 투수는 분명 다카하시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야쿠르트의 선발은 야스다였습니다. 1회 말, 다카하시가 제 1구를 던지자 힐턴은 그것을 좌중간에 깔끔하게 띄워 올려 2루타를 만들었습니다. 방망이가 공에 맞는 상쾌한 소리가 진구 구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띄엄띄엄 박수 소리가 주위에서 일었습니다. 나는 그때 아무런 맥락도 없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문득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45쪽>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는 1978년 4월의 쾌청한 어느 날, 야구를 보다가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운명과 같은 순간이죠. 그 길로 첫 소설을 쓴 하루키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소설을 쓰고 신인상을 수상하며 위대한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살다 보면 가끔 이런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운명처럼 만나는 순간이나 어릴 적부터 바라던 대학을 가는 순간 그리고 꿈이라 생각했던 일을 이루는 순간도 말이죠.
하지만 운명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은 찰나입니다. 말 그대로 ‘운명처럼 느껴지는 순간’인 것이죠. 지속되는 현실이 아닙니다. 일상의 삶은 그보다 힘들고 고민들이 가득하죠.
삶에서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웃지 않고 있거나 지쳐있을 때, 바로 그때! 자기계발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자기계발의 동력은 ‘결핍’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가 이루지 못한 것, 남보다 뒤처져 있다는 결핍은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듭니다. 비교하면 할수록 작아지고 우울함은 커져갑니다. 이러한 결핍을 마음의 화로 담아내지 말고, 성장의 원동력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려면 어떻게 할까?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처럼 결핍을 통해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죠. 그다음엔 지금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 인생 첫 번째 자기계발이 무엇일까?
천천히 생각해보았습니다. 학창 시절 공부와 시험을 위한 외국어 공부를 제외하고 온전히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봤죠. 그 처음은 플래너 쓰기였습니다.
대학시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사관학교 2학년 때 룸메이트가 쓰던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기 시작한 순간이 자기계발의 시작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단순히 그 친구가 멋있어 보여서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이유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결핍이 없어서인지 열심히 적지 않고, 그저 비싼 노트로 사용했습니다. 그저 하루 할 일을 몇 가지 적어두고 체크하는 정도로 쓰거나 심지어는 쓰지 않고 넘어가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 시절 플래너 속지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요. 어찌나 깨끗한지 머리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러니 결핍을 화로 남겨두지 마세요. 또한 다른 사람도 그대로 따라 하지 마세요. 그 시간에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천천히 그리고 더 천천히.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변하고 싶은 그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 순간을 만나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세요.
하지만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핍의 마음도, 변화의 의지도 연기처럼 사라 질 겁니다. 아무리 강력한 결핍의 마음도 100일 이상 꾸준히 지속되지 않습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두세 달 정도 지나면 사라지고 말죠.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사라지는 결핍의 에너지를 손으로 잡는 법, 결핍의 마음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만드는 것이 시작입니다. 저는 이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네요.
어떤 책을 읽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