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의 중요성
슬램덩크 1권을 보면, 태어나서 농구를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강백호가 밤새 혼자서 농구부 체육관을 청소합니다. 고릴라 주장은 강백호의 이 끈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못 이기는 척 농구부에 입단시켜주죠. 물론 강백호의 타고난 운동신경도 영향을 주었을 테지만요.
태어나서 처음 농구를 해보는 강백호는 당연히! 농구부 입단과 동시에 코트 구석에서 드리블 기초 수업을 받습니다. 기초 수업은 누구에게나 따분하고 힘든 시간입니다. 역시나 우리의 백호는 참지 못하고 뛰쳐나갑니다. 그래야 이야기가 전개가 되겠죠.
글을 쓰기 위해서 슬램덩크를 1권부터 다시 정독하는 중입니다. 머릿속에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글이라도 어느 순간에 읽는지에 따라 가슴속에 다가오는 문구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릴 적에는 강백호가 채소연을 처음 만나는 그 가슴 떨리던 순간, 강백호와 채치수가 농구대결을 하는 그 웃기는 장면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백호가 끈기를 가지고 청소하는 모습과 기본기 연습을 하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시작이 중요한데...'라는 생각과 함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은 노력으로 큰 결과를 기대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에는 노력과 정신을 강조하면 꼰대(?) 소리를 듣는다던데, 저는 여기서 노~오력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기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친구 따라서 공군사관학교에 갔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재수생 시절 옆자리에 있던 친구의 권유가 인생을 크게 바꾸었습니다.(나중에 또 이야기하겠지만, 인생은 '운'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합니다.) 처음에는 수능 시험 전 그동안 공부한 실력을 확인하고자 사관학교 1차 시험에 지원했습니다.
<응답하라 1997, 제7화 장래희망> 편을 보면 윤제(서인국)가 공군사관학교에 가겠다고 하자, 친구인 준희(호야)도 함께 가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드라마에 청주에 있는 공군사관학교에 2차 면접시험을 함께 보러 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둘 다 신체검사에서 떨어지고, 한 명은 검사가 또 다른 한 명은 의사가 되죠.
하지만 드라마와는 반대로 친구 따라 1차 시험을 보았던 저는 엉겁결에 1차 시험을 붙고, 가벼운 마음으로 2차 시험(신체검사, 면접)을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3차(수능)까지 붙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와 친구는 사이좋게 공군사관학교를 가게 됩니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공사에 간 저는 가입교(입교를 하기 전에 5주 정도의 군사훈련을 받는 기간)를 받는 순간부터 당황하게 됩니다. 사실 오리엔테이션 후에 멋진 푸른 제복을 입고 멋진 생도 생활을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기다리는 것은 제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5주간의 군사훈련과 1년간의 긴 1학년 생활이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강백호처럼 뛰쳐나올 용기는 없었고, 1년이 넘는 그 기간을 잘 버텨냈습니다.
<해빗>의 저자 웬디 우드는 책의 1장(35쪽)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우리가 충분히 합리적이지도 않고 인간의 의지력이라는 것이 대단히 나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도의 기본은 '처음에는 조금 힘들더라도 일정기간 그저 버텨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책에서 습관을 만드는데 66일 정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66일이 매직넘버처럼 이야기하는 책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빗>이라는 책에서는 정확히 66일이 정답은 아니며, 운동처럼 난이도가 있는 것은 습관이 되려면 66일 이상이 걸린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떠신가요?
66일 정도는 버텨낼 용기가 있으신가요?
66일을 버텨보았는데 변화가 없으셨나요?
혹시나 변화가 없었다고 해서 너무 상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사관학교 4년 동안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습관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연스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10년간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을 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 실패의 경험들을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