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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May 13. 2020

일찍 일어나길 잘했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어려운 이유

슬램덩크 2권을 다시 읽었습니다. 2권을 읽으면서 제가 <생도를 찾아서, 초급 편>에서 쓰려고 했던 핵심 습관이 모두 등장해서 놀랐습니다. 세 가지 핵심 습관은 독서, 기록(플래너 쓰기), 아침입니다. 제 나름대로 3가지 습관의 난이도를 정해 보면, 기록 <독서 <아침 순입니다. 난이도 기준은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만드는데 얼마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가로 정했습니다.


슬램덩크 2권에서는 강백호가 농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슛이라 할 수 있는 레이업(드리블) 슛을 배우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백호의 머릿속에는 온통 슬램덩크로 가득 차 있어서 레이업 슛은 풋내기 슛이라고 경멸합니다.


고릴라 주장이 서태웅에게 시범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마음속 라이벌로 생각하는 서태웅의 시범을 좋게 볼 수가 없겠죠? 오히려 더 방해하고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다음날 아침 조깅을 하던 채소연의 눈에 운동장에서 혼자 풋내기 슛 연습을 하는 백호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농구하는 오빠를 둔 덕에 소연이도 중학교 때 농구부였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슛은 할 수 있었죠. 소연이의 단 한 번의 시범에 백호는 풋내기 슛의 필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역시 누가 가르쳐주는가에 따라 다른 건가요?


소연이의 코치에 신이 난 백호는 전날 보여주었던 라이벌 서태웅의 슛 동작을 이미지 트레이닝하면서 연습을 합니다. 만화책에서는 ‘둥실 그리고 높게’ 뛰었다는 표현을 썼네요. 그리고 소연이가 알려준 ‘두고 온다’라는 조언에 바로 풋내기 슛을 성공합니다.


그때 백호가 눈물을 흘리면서 하는 말이 “일찍 일어나길 잘했다.”입니다.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난 경험이나, 아침 시간을 통해 삶이 변화하는 경험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


저는 20살 때까지 한 번도 아침형 인간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등교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러지 않나요?

     

이러한 습관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사관학교 생도 시절부터입니다. 생도들의 하루 일정은 분단위로 빽빽하게 진행됩니다. 잠시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보겠습니다.


생도대의 시작은 신나는 기상음악과 함께 시작됩니다. 이때 자율적으로 기분 좋게 일어나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겠죠? 비가 오지 않는 날을 제외하고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변함없이 야외에 있는 넓은 광장(명예 광장이라 불리는 곳)에서 매일 아침마다 천명에 가까운 생도들이 모입니다. 군대에서 말하는 아침 점호와 같습니다. 많은 생도들이 싫어하는 일과 중에 하나였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점호가 끝나면 바로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달리기를 합니다. 이때쯤이면 확실히 잠이 깨죠. 그리고 빠르게 씻고 아침식사를 하러 갈 준비를 합니다. 가끔은 아침도 모두 함께 먹으러 갈 때도 있어요. 식사를 하러 100명이 넘는 인원들이 함께 가는 것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순서는 항상 맨 앞이 1학년 그리고 맨 뒤가 4학년 순입니다. 저학년들은 선배들이 오기 전에 더 빨리 나와야겠죠?


왼쪽 사진 명예 광장  /  오른쪽 학과 출장 모습 (출처 : 공군사관학교 홈페이지)



식사를 하고 나면 다시 생도대로 돌아와서 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전체 생도가 모여서 학교에 갈 때도 있어요. 학과 출장이라고... 여기까지만 들어도 숨이 막히는 분들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때는 모든 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는데, 지금은 하나하나가 이렇게 낯선지 모르겠네요.   

생도들의 하루 일정, 공군사관학교 홈페이지 참조

사관학교 졸업 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도생활을 그리워 하며 그렇게 아침형 인간에 매달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최근에는 <미라클 모닝>과 <5am club>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저도 둘 다 시도해 보았습니다. 덕분에 지금은'아침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침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이 무엇일까요? '새벽에 눈 비비며 일어나기?' 아닙니다. 바로 "왜?"라는 질문을 먼저 해야 합니다.

“왜 아침시간이 중요할까요?”, "무엇을 위해 힘들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고 하시나요?"

질문도 없이 저는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저 아침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중 대부분의 시간을 실패했습니다. 도전은 왜 했고,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사실 아침형 인간은 <생도를 찾아서> 중급 편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초급 편에서 다룰 세 가지 습관 중에서 가장 어렵습니다.


발단은 10년 전 우연히 읽었던 사이쇼 히로시의 <아침형 인간>에서 '아침형 인간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책의 첫 장에는,

“아침잠은 인생에서 가장 큰 지출이다.” _카네기   

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파란색 글씨로 “성공한 사람들은 아침이 부지런한 사람이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 문구를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아! 성공하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구나.'라고요. 20대 중반의 젊은 장교는 성공이 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 성공했냐고요?


믈론 아닙니다. 일단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사관학교를 졸업한 동료 장교들과 함께 영어공부도 하고 달리기도 했습니다. 행복했던(?) 우리의 생도 시절을 생각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 아침형 인간 프로젝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각자 바쁜 일정 때문에 간헐적으로 한두 달씩 운영되다가 결국에는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실패의 원인을 10년이 지난 지금 분석해 보면,

1. 명확한 목표와 정확한 기간을 설정하지 않았다.

2. 게임이나 내기처럼 운영되었다.

3. 무엇보다 일찍 잠들지 않았다.



이 글을 적으면서 10년 전에 읽었던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때는 깨닫지 못했던 중요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잘못된 부분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한 3가지 핵심은, (지금부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충분한 수면이 가장 중요하다.

책에서는 이상적인 수면시간을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다양하게 도전해본 결과, 확실히 이 시간대가 가장 좋은 수면시간대입니다. 하지만 6시간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시간대로 수면시간을 바꾸어 가면서 직접 실험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6시간은 최소로 필요한 시간이고 적어도 7시간, 적정은 8시간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 하루에 8시간을 잘까요? 물론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은 '어른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 11시부터 5시까지 6시간은 무조건 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시간은 출근버스에서 20분, 점심시간에 30분 정도 자면서 보충하고 있습니다. 이건 개인차가 있어서 직접 시험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양치질이다.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스스로의 감정과 몸의 상태를 묻지 마세요. 질문이 늘어날수록 침대 속으로 들어갈 확률만 높아집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말고 양치질을 하세요. 이게 포인트입니다.


자신의 의지를 절대 믿지 마라.

이 부분이 이번에 다시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가장 큰 성과입니다.

<아침형 인간>에서는.

아침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중요한 것은 의지이다. "아침형 인간으로 변화하는 쉬운 방법은 없을까요?" 필자는 상담 중에 이런 유형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런 사람들은 일단 의지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의지만 있으면 다른 도움은 없다.(104쪽)

아침형 인간을 실패할 때마다 '아! 내 의지가 부족하구나.' 또는 '이건 내 게으름 때문에 생긴 일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결론은 "중요한 것은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과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시스템과 환경은 어떻게 만들까요?

그건 다음 편에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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