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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Aug 22. 2020

꿈꾸는 책 읽기

독서의 시작

이과에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도 항공분야 업무를 하면서 항공공학 관련 책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아무도 나를 이과 출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공이 기계공학이라고 대답하면 다들 고개를 갸웃거린다. 10년간 책을 열심히 읽었더니 문과적인 분위기가 나는 것일까. 아무튼, 나는 이과다.


사관학교를 다닐 때는 가끔 취미로 책을 보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읽지는 않았다. 대신 운동을 열심히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 수영, 달리기, 축구, 배구, 테니스, 라켓볼, 검도, 태권도 그리고 패러글라이딩까지. 사관학교에선 전공수업 다음으로 많은 수업이 체육수업이다. 적어보니 참 많이도 배웠다.(감사합니다.)


책을 읽겠다고 다짐한 것은 파일럿의 꿈이 좌절된 24살 때다. 다짐한다고 모두가 실천하지는 않고, 다짐만으로 삶이 바뀌지 않듯이 나는 다짐만 하고 실천을 하지 않았다. 슬픔을 잊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 몇 권을 읽었고, 얼마 후에 졸업을 했다.


2년이란 시간은 금세 지났다. 27살에 공군 중위가 되었다. 초급장교들은 어린 나이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완벽하게 해내기를 요구받는다. 일은 기본이고, 인간관계 그리고 저녁 회식까지도 잘(?)해나가야 한다. 모든 것을 잘하고 싶었던 나는 늘 내 시간이 부족했다. 일찍 일어나 출근하고, 야근이 없는 날엔 퇴근해서 자주 회식에 참석했다. 내가 원했던 삶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그러다가 내 독서의 멘토(?)를 만났다. 책을 쌓아놓고 보는 선배. 일도 잘하고 자기 생활도 관리하면서 책도 열심히 보는 그런 선배였다. 하지만 무언가를 물어볼 때는 찬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는 것은 안 비밀.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선배 덕분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순전히 오기로.


날카로운 피드백을 피하기 위함과 나 자신의 업무 내공을 키우기 위해 책을 읽었다. 약속은 최대한 줄였고, 바로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책을 읽었다. 오기로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이 지나자 재미가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이다.      

2009년에 읽었던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 1, 2편

100쇄 출간이라니! 이때도 대단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경이로운 일이다. 요즘 100쇄가 찍히는 책들이 얼마나 있을까.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이야기하면,

생생하게(vivid) 꿈꾸면(dream) 이루어진다(realization).

마치 수학 공식처럼 “R=VD”를 중얼중얼하고, 진심을 담아 눈을 감고 생생히 그려보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지금도 가끔 그런다. 책에서 언급된 빌 게이츠, 월트 디즈니,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이건희 회장 등이 성공한 이유가 생생히 꿈꾸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읽고 생생히 꿈꾸기만 했다.


표지를 넘기면 책을 읽기 전에 적어놓은 그 당시의 내 생각이 있다.

2009.4.27. 오랜만에 책을 샀다. 무엇을 또 얻을지. 가슴이 힘차게 뛴다. 늦은 밤에….
2009.5.18. 힘을 내자!

이때의 감정이 글씨를 통해서 어렴풋이 느껴진다.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한 초보 독서가의 두려움 없는 용기가 보인다.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용기. 또 몇 장을 더 넘기면 10년 전에 가졌던 3가지 꿈이 적혀있다.


1. 경제적인 꿈

2. 직업적인 꿈

3. 구 여친, 현 아내를 위한 꿈


10년이 지난 오늘을 기준으로, 3가지 중에 세 번째 꿈만 이루었다. 첫 번째는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면서 정말 큰 목표를 잡았고, 두 번째 꿈은 이제는 이룰 수 없는 다른 길에 서 있다. 세 번째 꿈은 독서 덕분에 이루었다. 그래도 하나라도 이룬 게 어딘가!

(왼쪽) 꿈꾸는 다락방 1권에 적혀있는 생각, (오른쪽) 꿈꾸는 다락방 2권에 적혀있는 생각

내 독서의 시작은 ‘꿈’이었다. 좌절된 꿈을 잊고, 새로운 꿈을 찾기 위한 독서였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꿈들을 꾸었고, 여러 번 도전하고 많이 실패했다. 어쩌면 종교처럼 ‘책’을 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간절히 바라고 열심히 읽으면 모든 것을 이루어 줄 것이라는 그런 믿음을 가지면서 말이다.     


이제는 안다. 간절히 바라는 것만으로는 꿈을 이루어지지 않는다. 열심히 책을 읽기만 하면 읽는 나에 지나지 않는다. 읽으면 도전을 해봐야 하고, 그 도전에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꿈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 그 과정속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꿈을 찾을 수 있고,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잊고 있던 10년 전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래 맞다. 나에겐 책이 꿈을 상영해주는 영화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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