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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Aug 28. 2020

다독과 정독 그 어디쯤에서.

초보 독서가의 고민

2009년 열정과 의욕만 넘치는 초보 독서가가 되었다. 급하게 읽었고, 빠른 결과가 나오길 원했던 시절이다. 가끔은 타임워치를 켜고 책을 읽었고, 효과적인 독서를 위해 여러 권의 독서법 책을 찾아보았다. 속독과 다독을 강조하는 책들을 읽었는데, 이것도 무언가 성과를 내고자 하는 욕심이었다. 도대체 독서로 무슨 성과를 내고 싶었을까?


원하는 답은 스스로가 찾는 법. 나의 독서의 길이 되어줄 책을 찾았다. 20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 장서가이자 ‘고양이 빌딩’으로 유명한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이다. 이 책에서 내가 듣고 싶었던 문단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갑던지.    

나의 독서론_이제는 오직 읽는 일만 남았다(78쪽)

정독할 필요는 없다. 메모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너무 의욕이 앞서게 되면 분명 도중에 좌절하고 만다. 메모하면서 정독을 하면, 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도 이틀씩 걸릴 수 있다. 입문서 한 권을 정독하기보다는 입문서 다섯 권을 가볍게 읽어치우는 편이 낫다. 메모하지 않아도 중요한 부분은 대부분 다른 책에서도 반복하여 언급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메모하는 대신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해두는 방법이 좋다.


“다독일까, 정독일까?”를 계속 고민하던 초보 독서가는 책에서 질문에 답을 찾았다. ‘그래 일단은 질보다 양이다.’ 많이 읽으면 성과는 당연히 따라오겠지. 그 후로 최대한 빠르게 책을 읽었다. 그래도 읽다가 중단하는 책은 없었다. 어떤 책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읽는 것이 목표였다.

      

첫 목표는 1년에 100권. 이렇게 읽으면 10년이면 1,000권을 읽는다는 단순한 계산이 나왔다. 그때쯤이면 이치를 깨달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프랭클린 플래너에 내가 읽은 책의 목록을 하나씩 꾹꾹 눌러 적으면서 혼자서 만족했다. 그저 목록을 적고 있었을 뿐인데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착각이었지만.


2020년에 읽고 있는 도서 목록.

아무튼, 그때는 그 뿌듯한 느낌이 좋았다. 남들과는 달리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것 같은, 다양한 작가들의 생각들이 내 머릿속으로 쑥쑥 들어오는 그 기분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001권에서 시작한 나의 독서는 오늘을 기준으로 799권까지 왔다. 12년 동안 읽었으니까 일 년 평균 60권을 조금 더 읽는 게 된다. 10년이 지났는데 1,000권을 읽지 못한 것은 ‘일단 많이 읽자’에서 ‘제대로 읽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초보 독서가는 어떻게 1년에 100권의 책을 읽었을까? 비법은 간단하다. 쉬운 책을 보면 된다.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 분야 도서들을 읽으면 100권 금세 읽는다. 비슷한 책들을 계속 읽으면 내용도 겹쳐서 일정 부분은 스킵하면서 읽을 수 있다. 지나고 나니 다치바나 다카시의 조언을 충실히 들었다. 처음에는 독서 노트나 블로그에 서평을 쓰지 않았다. '읽기도 바쁜데 쓰기가 웬 말인가.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무엇을 쓸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저 읽기만 했다.


10년이 지나 생각해보니, 빠르게 읽는 다독이 초보 독서가에게 독서 습관을 만들어주었다. 처음에 읽을 때 재미가 없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책 읽기를 멈추었을 것이다. 어려운 책을 아주 천천히 읽다가 포기했을 수도 있다. 지금처럼 메모 독서를 하거나 책을 읽고 나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방법을 사용했다면 금세 지쳤을 것이다.   


책을 읽는 초보 독서가들에게 권하고 싶다. ‘폼나는 책, 어려운 책’ 읽지 마시고, 처음에는 이것저것 쉬운 책부터 다양하게 읽어보시라고. 처음에는 책에 밑줄 긋고 플래그 붙이는 시간도 아까우니 그냥 막 읽으면서 속도감 있는 독서를 해 보시라고 말이다.


이렇게 1~2년 읽다 보면 저절로 깨달을 것이다. ‘아! 이렇게 읽으면 남는 게 별로 없구나.’ 그럼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남는 독서를 위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은 다독다독.


초보 독서가 시절(2009년) 읽었던 책 베스트 10.

1.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

2. <자기경영노트>, 피터 드러커

3.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4.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5. <박코치 기적의 영어 학습법>, 박정원

6. <무지개 원리>, 차동엽

7. <자조론>, 새뮤얼 스마일즈

8. <고민하는 힘>, 강상중

9.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 박경철

10.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이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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