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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Sep 14. 2020

내 인생 첫 번째 독서모임

그리고 신영복 선생님의 책

나에게 있어 지난 7월을 가장 바쁜 한 달이었다. 무려 3개의 독서모임과 2개의 글쓰기 모임을 참여했다. 그중 독서모임 하나와 글쓰기 모임 하나는 직접 운영하는 모임이다. 이름하여 인북클럽과 인라이팅클럽. 이 클럽들에 대한 이야기도 언젠가 할 계획이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도,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묻는다. 독서모임에 참여하면 재미있나요? 독서모임에 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책은 혼자서 읽고 사색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등등 다양한 질문들을 받았다. 어쩌다 나는 독서모임 덕후가 되었을까?


독서모임을 왜 하고 싶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의 20대 인생 책 중의 하나인 <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의 영향이 크다.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결된 책이 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이다. 그의 삶을 참고하여 스티븐 코비가 프랭클린 플래너를 만들었다. 벤자민 프랭클린 삶의 덕목과 규율도 흥미로웠지만, 그가 만들고 참여했다는 모임에도 많은 관심이 갔다.


프랭클린 자서전(114쪽)
나는 그 전 해 가을에 내가 아는 재능 있는 사람들을 모아 서로의 발전을 꾀하기 위한 클럽을 만들었다. 이름을 전토(Junto, 비밀 결사의 뜻 : 역주)라 하고 금요일 저녁마다 모였다. 내가 작성한 규칙에 따라 회원은 자기 차례가 되면 도덕이나 정치나 자연 철학에 관계된 한두 가지 논제를 찾아왔다. 그러면 우리는 그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벌였다. 또 석 달에 한 번씩 어떤 주제로든 에세이를 하나씩 써 와서 발표했다.


책에서 벤자민 프랭클린은 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리고 클럽에서 얻은 것이 많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으며 나도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음먹는다고 독서모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참여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책을 읽어야만 한다. 일단 독서법과 독서모임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주변에 독서모임을 찾아보았다.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내가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근무한 곳은 경상남도 사천에 있는 공군 비행장이었다. <응답하라 1988>에서 비행훈련을 받는 류준열과 박보검이 만나 김치찌개를 먹는 장면이 나오는 그곳이다.


찾아보니 주변에 독서모임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독서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시기도 아니다. 용기 내어 독서모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비행단에는 젊고 열정적인 장교들이 많았고,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고 모여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목표로 모임을 만들었다. 내가 만든 첫 번째 독서모임이자 처음으로 참여한 독서모임이었다.


매달 한 권씩 같은 책을 읽고, 근처 카페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그때 읽은 책들은 고 신영복 교수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조셉 캠벨의 「신화의 힘」, 이어령 교수님의 「디지로그」,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등의 책을 읽었고 토론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 하나만 가지고 시작했던 독서모임이었지만 그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 인생 첫 번째 독서모임의 책_고 신영복 교수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그중에서 첫 번째 독서모임의 책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아직도 나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 책을 왜 첫 번째 책으로 선택했을까? 생각해보면 2010년의 내게 가장 큰 울림을 준 책이었다. 첫 번째 독서모임을 준비하며 적어놓은 메모를 10년 만에 찾았다. 반가운 마음에 같이 올려본다.(앞으로는 책에 독서모임의 후기를 적어서 보관해보자.)


그리고 처음 독서모임을 했을 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중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누군가가 발표를 하면서 소주 '처음처럼'의 글씨체가 고 신영복 교수님의 서예작품이라고 말해주었다. 술을 좋아하진 않지만, 회식 때 술은 처음처럼으로 고르는 버릇이 생겼다.


동료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의 장점은 같은 연령대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라서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위로를 해줄 수 있다. 보통 독서모임을 진행할 때에 가장 큰 고민이 ‘공통의 관심’이다. 관심 주제가 다를 경우에 모임에 참석하는 흥미가 떨어지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서로를 잘 아는 동료들이라서 모임을 편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20대가 주축인 모임에서는 회원들끼리 연애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끔은 편안함 때문에 서로의 신뢰를 저버리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모임 안에서의 연애가 잘못되면 두 명이 모두 모임에 나오지 못하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내 인생 첫 번째 독서모임의 이름은 '구서회'였다. 이 이름은 <책만 읽는 바보>에서 인용하였다.

<책만 읽는 바보>라는 책은 조선시대에 유명한 간서치(지나치게 책을 읽는데만 열중하거나 책만 읽어서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뜻함)인 이덕무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여기서 책을 대하는 아홉 가지 방법이 나오는데 그것이 구서이다.

구서란, 책을 읽는 독서, 책을 보는 간서, 책을 간직하는 장서, 책의 내용을 뽑아 옮겨 쓰는 초서, 책을 바로잡는 교서, 책을 비평하는 평서, 책을 쓰는 저서, 책을 빌리는 차서, 책을 햇볕에 쬐고 바람을 쏘이는 폭서를 말한다.  


이 첫 번째 독서모임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이때의 서툴고 행복했던 독서모임의 기억이 나를 독서모임 덕후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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