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송곳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곳독서 Apr 25. 2021

내가 벽돌책을 읽는 이유

벽돌책이란,벽돌책을읽는 방법

벽돌책을 읽는 이유

최근에 조지 오웰의 에세이집인 <나는 왜 쓰는가>를 읽었습니다. 쓰기에 대한 이야기만 한 권에 담아낸 책은 아닙니다. 조지 오웰이 생전에 적은 에세이 중 대표적인 것을 몇 가지 골라서 날짜순으로 엮은 책이죠. 책의 제목이자 에세이의 제목인 ‘나는 왜 쓰는가’에서 글을 쓰는 4가지 동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 순전한 이기심, 똑똑해 보이고 싶은 
2.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
3. 역사적 충동, 사물을 있는 그대로
4. 정치적 목적,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이 중에서 제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첫 번째입니다. 동시에 벽돌책을 읽는 이유도 같습니다. 똑똑해 보이고 싶은 순전한 이기심이죠. 뭐 글을 쓴다고 해서 벽돌책을 읽는다고 해서 반드시 똑똑해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하하!) <책, 이게 뭐라고>의 장강명 작가는 벽돌책을 읽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벽돌책의 매력은 저자의 주장이 아니라 그 메시지를 펼치는 과정에 있고, 벽돌책 독서 역시 그 과정을 쫓아가는 게 핵심이라고 본다.

똑똑해 보이고 싶은 순전한 이기심, 저자가 주장을 펼쳐가는 과정을 따라서 또는 그저 고급스러운 장식으로 두기 위해서라도 벽돌책은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두꺼운 책을 긴 시간에 거쳐 읽고 나면,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과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조금씩 생겨나니까요.


벽돌책이란 무엇인가.

벽돌책이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공식적인 단어가 아니라는 뜻이죠. 책을 좀 읽는다는 사람들은 벽돌책이라 말하면 대충 느낌으로 이해합니다. 우리가 길을 걷다가 흔히 볼 수 있는 적색 벽돌의 경우 두께가 6센티미터 정도인데, 이 정도로 두꺼운 책을 벽돌책이라 부릅니다. 또는 목침처럼 책을 베고 잘 수 있는 두께 정도를 벽돌책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서 보기에 적당히 두꺼운 책을 벽돌책이라고 부릅니다.


책을 즐겨 읽지 않는 사람의 경우는 400쪽만 넘어가도 벽돌책이라 느낄 수 있겠죠. 반대로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500쪽 정도는 돼야 벽돌책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장강명 작가님은 700쪽은 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네요. 이처럼 정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저는 500쪽이 넘어가는 책을 벽돌책이라 명하기로 했습니다. 국제 기준이 아닌 저만의 기준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바뀔지도 모르죠.


대표적인 벽돌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입니다.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요. 양장본 584쪽, 보급판은 719쪽이라는 두께를 자랑합니다. 양장판의 경우엔 책 값만 4만 원이 넘어가네요. 서울대학교 도서관 대출 1위라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도 750쪽에 가까운 책입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도 두꺼워서 한 번에 다 읽지 못하고 계속 반복해서 대출을 해야 했기 때문에 대출 1위 도서가 된 게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두꺼운 책을 쓰기로 유명한 로버트 그린은 <인간 본성의 법칙>이라는 920쪽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도전은 못했지만 제가 아는 가장 두꺼운 벽돌책은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은 선한 천사>라는 책입니다. 1,408쪽이라는 놀라운 두께를 자랑하네요. 일단 구입은 하고, 올해 10월에 읽어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같이 읽으실 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50일 동안 읽는다면, 왼쪽은 보급판 / 오른쪽은 양장판

벽돌책을 읽는 방법

가장 쉬운 방법은 날마다 일정 분량을 읽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700쪽이 넘어가는 <코스모스>를 50일 동안 읽는 것이 목표면 하루에 15쪽 정도만 꾸준하게 읽으면 완독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쉽지 않은가요? 하루에 15쪽이라니. 요즘 이런 방법으로 코스모스를 다시 읽고 있는데, 15쪽을 읽는데 20분 정도가 필요합니다. 과학책이라서 다른 내용을 찾으면서 읽으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자신의 의지력을 믿지 못한다면, 선언 효과에 기대어 책을 읽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선 벽돌책을 산 후에 SNS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000 벽돌 책 샀어요. 20일 안에 읽어보겠습니다.” 이렇게 선언하고 나면 혼자만의 약속이 아니라 다수와의 약속으로 변하게 됩니다.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 한 약속은 깨뜨리기 쉽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는 약속은 쉽게 깨기 어렵잖아요. 가끔은 나의 선언문을 보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 강제적으로 책을 읽게 됩니다. 한 번 도전해보세요.


마지막으로 '의지를 돈을 주고 사는 방법'입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벌금을 정해놓고 함께 읽는 방법인데요. 저는 이 방법을 자주 이용합니다. 미라클모닝도, 독서모임도 그리고 글쓰기도 이렇게 강제성을 부여해서 쓰고 있습니다. 저는 제 의지력을 믿지 않아요. 핵심은 시스템입니다. 돈이 주는 동기부여는 강력합니다. 하루를 읽지 않으면 일정 금액이 계속해서 차감된다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책을 읽게 됩니다. 이건 습관을 만드는데도 유용한 방법입니다. 


이렇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두꺼운 벽돌책도 읽게 됩니다. 처음부터 벽돌책을 도전하는 것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독서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 책 읽기의 내공(?)이 쌓이면 천천히 도전해도 늦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많이 읽는 것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독서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두꺼운 책도 즐겁게 그리고 오랫동안 읽을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경제, 경영 그리고 자기계발서 읽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