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넓고 깊게 파면 가장 좋겠지만요.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될 것인가?
다방면에 적당한(?) 인재가 될 것인가?
벌써 10년이 넘도록 하는 고민입니다. 많은 분들이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가,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죠. 특히 이제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사람은 물론이고, 10년 정도의 경력이 있는 분들도 여전히 이런 고민을 합니다. 20년 이상 하신 분들은 이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셔서 하시고 계시겠죠. 그래서 이 글은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분들이나 10년 차가 되는 직장인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인사분야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제 말이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이 읽고 공감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주면 좋겠네요.)
내 삶의 필살기, 송곳독서
(나는 한 놈만 팬다)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직장생활의 경력만큼 독서생활(?)의 경력도 비슷합니다. 10년이 넘어가는 독서 구력을 보유하고 있어요(구력 : 공을 다룬 경력, 구기 운동을 한 경력을 이른다). 구력이라는 표현이 적합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체력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네요.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야 하겠다고 다짐하고, 한 분야의 책만 깊게 읽기로 했습니다. 주로 경영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 당시 짧은 생각으로 소설은 현실과 거리가 있고, 고전은 아직 읽을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경영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물론 자기계발서도 경영에 포함됩니다.
10년 정도 경영분야의 책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제 독서생활을 돌아보면, 한 분야를 깊게 파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한 분야의 책만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때는 이런 노력이 있어야만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몇 년 동안 한 분야의 책을 읽으니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의 책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다른 분야 책도 함께 읽기 시작했죠. 과학, 문학, 소설, 경제, 자서전까지 말이죠.
신기한 것은 처음에 책을 읽을 때처럼 다른 분야로 넘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일단 책을 읽는 것이 두렵지 않았기 때문에 더 쉽게 다른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경영과 자기 계발서를 주로 읽으면서 다른 분야의 지식도 조금씩은 알게 되었고, 또 약간의 어려움은 있더라도 책을 끝까지 읽는 독서 체력을 길렀기 때문입니다. 욕조에 물을 계속해서 채우면 넘치듯이, 제 관심사도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로 흘려갔습니다.
일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우선 처음에는 한 분야에서 10년 정도 깊게 파면서 일을 하면 어느 정도 전문가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다양한 분야를 접해보는 것이죠. 최근에 인사이동을 하면서 <스워브>라는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헤드헌터가 본업이신 지인분께서 선물을 주셨는데요. 지금 제 상황에 딱 맞는 책이었습니다.
책의 부제가 '나를 계속 넓히며 일하는 사람들의 6가지 비밀'인데요. 이 책은 깊게 파는 것보다 넓게 배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책의 저자는 매킨지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하였고, 매킨지를 떠나 영국 총리실 산하 전략팀 고문, 하버드대학교 행정대학원 선임연구원, 옥스퍼드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강사 등을 하면서 자신의 분야를 넓혀갔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놓은 책입니다.
저자는 폭넓은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6가지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1. 도덕적 나침반_옳은 일을 하라
2. 지식의 중심축_T자형 인간으로 거듭나라
3. 응용 가능한 능력_공통의 기초를 마련하라
4. 상황 지능_잘 듣고 배우고 적응하라
5. 인적 네트워크_계획된 우연을 만들어라
6. 준비된 마음_현재에 충실하라
요즘 나는 "폭을 넓혀야 하나요, 깊이 파야 하나요?", "다방면을 알아야 하나요, 특수 전문가가 돼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맞아요"라고 답한다. 질문 자체를 존중하지 않거나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것이 별로 의미 있는 질문이 아니라고 여기게 된 것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양자택일형 질문은 이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다. 성공을 위해서는 양쪽이 다 필요하다. 정말로 물어봐야 할 질문은 이런 것이다. '어떻게 하면 폭넓은 스페셜리스트 또는 깊이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넓이와 깊이 사이에서 성공한 하이브리드가 될 수 있을까?'
책에서는 T자형 접근법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이 접근법이 직장에서도 인생에서도 성공하기 위한 최고의 모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T'는 넓이와 깊이의 결합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죠. 세로축은 기술이나 전문지식의 깊이를 나타내고, 가로축은 폭넓은 제너널리스트를 뜻합니다.
이 부분만 읽으면 이 책은 깊이와 넓이를 둘 다 강조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깊이보다는 '넓이'를 더 강조하는 책이에요. 일단 깊이 파고 최대한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제가 깊이 있게 일을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적어도 앞으로 10년은 깊이보다는 넓이에 집중해서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일을 접하고 시도해보는 것이죠. 독서에서도 그럴 계획입니다. 다른 책을 읽으면 팔랑팔랑 생각이 변할수도 있겠지만, 지금 마음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