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해결 이루리
벌써 10개월이 지나갑니다.
올해 1월 플래너 쓰기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름도 거창하게 ‘이루리클럽’ 이라고 정했어요. 3개월만 하고 정리(?)하려고 했던 저의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벌써 일 년이 되어갑니다. 한 명의 멤버도 빠지지 않고 1년을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입니다.
2021년을 시작하며 멤버들이 올해 이루고 싶은 3개의 목표를 적었어요. 그건 다음 달에 이번 한 해를 돌아보며 서로 이야기해 볼 생각입니다. 그 글은 다음 달 모임 후에 적어볼게요. 1년간 우리는 무엇이 변했을까요?
고민해결 이루리_당신의 고민을 들어드립니다
'글 쓰는 모임'과 '플래너 쓰는 모임'을 함께하다 보면 멤버들의 고민과 성격을 조금은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쓸 때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야만 하니까요. 자신을 감추면 그만큼 상대방도 마음을 열기 어렵습니다. 그 마음을 가장 쉽게 열 수 있는 것도 바로 글쓰기죠. 플래너 쓰기도 그 글쓰기의 한 가지 방법입니다.
이루리클럽에서는 매주 미션이 있습니다(책을 보다가 떠오른 주제나 걷다가 생각난 것으로 즉흥적인 미션이 많아요;). 일일 계획 3일 쓰기, 주간 계획 쓰기, 월간 계획 쓰기처럼 아주 평범한 미션부터 당신의 하루를 한 단어로 정리하기, 내가 이루고 싶은 10가지, 나를 표현하는 10가지, 내가 싫어하는 10가지처럼 신선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분기에 한 번 정도 하는 것이 ‘고민해결 이루리’입니다. 멤버들의 고민을 들어보는 시간인데요. 모든 문제에 해결은 어렵겠지만,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고민들이 있죠. 그래서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그 고민 중에 한 가지를 골라서 글로 적어보겠다고 했어요. 바로 제가 말이죠(왜 그랬을까요).
멤버들의 질문을 받은 후에 선정을 할 때는 공평함을 높이기 위해서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바로 사다리 타기! 제가 쓰고 싶은 고민들이 많았지만, 가장 어려워서 이건 뺄까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결국 뺄까 했던 그 고민이 당첨되었습니다.
당신의 고민을 들어드립니다. 제 고민은요,
“힘들다는 말을 잘 못하고, 별로 내색하지 않고, 참고 지내는 게 습관이 된 내 모습이 고민입니다”
사실 이 고민을 듣고 참 의아했습니다. 누구보다 힘들다는 말을 잘하실 것 같고, 시원하게 마음을 드러내실 것 같은 멤버의 고민이었기 때문이죠. 오히려 '이런 고민을 하고 계시지는 않을까?' 했던 멤버들은 전혀 그런 고민을 적지 않았습니다. 역시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습니다.
역시나 책에서 답을 찾아봅니다.
첫 번째 책, <아들러의 심리학을 읽는 밤>
'힘들다는 말을 잘 못하고, 내색을 하지 않는다'라는 부분을 읽고 바로 <미움받을 용기>의 기시미 이치로 작가가 생각났습니다. 그 책은 너무 유명하니까 조금 덜 유명한 책에서 답을 찾아봅니다.
애써 노력한 결과,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모든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늘 좋은 사람을 연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럴 경우 우리는 스스로가 인생의 방향성을 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게 된다.(중략)
무슨 일을 하건 처음부터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24쪽>
기시미 이치로 작가님은 '남들을 시선을 생각하지 말 것'이라는 해결책을 주시네요. 사실 이 부분은 저에게 와닿았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 드려야 해. 친구들에게 인정받아야지. 내 아내를 실망시킬 수 없어.' 이렇게 스스로 설득하며 가상에 지나지 않은 '유리병' 안에 자신을 가둔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주인공으로 자유롭게 살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자유에 대한 '책임'만 지면 된다.
<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35쪽>
자유에 대한 책임! 이 부분에서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참고 지내는 것은 스스로 자유를 억압하는 일입니다. 눈 딱 감고 일단 저지른(?) 다음에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죠.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요.
두 번째 책, <마녀체력>
다음은 해결방법은 바로 트라이애슬릿!을 도전하는 거예요(농담입니다). <마녀체력>은 편집자였던 작가님이 트라이애슬릿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재미있게 책으로 적어주셨는데요. 이미 바디 프로필을 찍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니 다음 목표를 좀 더 높게 잡고 나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 힘들면 내색도 하고 힘들다고 말도 하지 않을까요?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 때 주위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결국 온몸으로 맞서서 감당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남에게 의지해서 해낸 것에 비해, 혼자 힘으로 당당히 이뤄 낸 기쁨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랑스럽다. 대회 출전 세 번 만에, 느려 터져도 나는 진정한 트라이애슬릿으로 거듭났다.
< 마녀체력, 110쪽>
도움이 되셨을까요?
다른 사람의 고민을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 글을 적으면서 깨달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가볍게 3,000자 글쓰기 해드릴게요!'라고 호언장담했던 제 자신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을 하는 시간, 고민에 맞는 책을 찾아보는 시간이 생각보다 즐거웠습니다. 이런 게 내가 하고 싶었던 북 큐레이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고민을 더 자주 듣고 연결되는 책을 찾는 연습을 더 많이 해보겠습니다.
당신의 고민을 들어드립니다. 첫 번째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