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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1일, <어바웃 타임> 보기

새해를 시작하며 다짐하는 것들

by 송곳독서

매년 반복해서 보는 영화가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또 다른 한 해를 시작하며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를 봅니다. 영어공부를 위해 쉐도잉에 딕테이션도 하면서 거의 100번을 본 영화인데요. 몇 번을 반복해서 듣고 봐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제겐 마음에 안정을 주는 명상 같은 영화입니다. 제가 1번으로 꼽는 인생영화이자, 나중에 아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작년에 해리포터 원서를 읽으면서 영화도 함께 보았습니다.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편에서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인 팀(도널 글리슨)과 그의 아버지(빌 나이)가 등장해서 혼자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팀은 해리포터 삼총사인 론 위즐리의 형으로 등장했고, 아버지는 마법부 장관으로 등장합니다. 해리포터에 등장하던 팀의 아버지는 <어바웃 타임>처럼 따뜻하고 인자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 등장만으로 좋았습니다.


<어바웃 타임> 등장인물들 중에서 '팀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고민해 볼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적어보려고 합니다. '삶에 대한 태도, 자녀에 대한 사랑 그리고 진정한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 말이죠.

benjamin-elliott-vpl8o5ERCAo-unsplash.jpg 영국의 콘월 지역, Photo by Benjamin Elliott on Unsplash

삶에 대한 태도

팀의 아버지는 대학교수였습니다. 일찍 은퇴를 하고 영국 해변가인 콘월 지역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아버지는 항상 책과 함께하는 모습입니다. 책이 가득한 그의 서재에서도, 가족들과 피크닉을 하던 햇살이 눈부신 해변가에서도, 심지어 죽음 직전에도 그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어바웃 타임>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팀(주인공)의 대한 이야기인데요. 신기하게도 이 집안의 남자들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유전됩니다(남녀 불평등 문제를 말할 수도 있겠네요;). 팀이 성인이 되는 날, 아버지는 아들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합니다.


아버지 : "아들아, 우리 집안 남자들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단다. 단, 자신이 살아온 기억하고 있는 장소와 시간에 대해서만 가능해."

아들 : "네......?"


겨우 정신을 차린 아들은 아버지에게 물어봅니다.


아들 : "아버지, 아버지는 시간여행을 하는 능력을 어디에 썼어요?"

아버지 : "나는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모든 책을 읽었단다. 한 번씩 말고 두 번씩, 그리고 디킨스는 세 번씩 말이야."

아들 : "네......?"


2013년에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주인공인 팀의 삶에 집중해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여서 더 감정이입을 하면서 보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주변의 인물들을 더 집중해서 봅니다. 특히 아버지를 말이죠(나이가 들었다는 말이죠:).


보통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큰돈을 구하거나 사랑 또는 사람을 찾아서 갑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아버지는 주어진 시간으로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모든 책을 읽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얼마나 신선한 대답인가요! 책을 좋아하는 저는 무척이나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주인공과 같은 시간여행 능력이 주어진다면, 저도 주인공의 아버지와 같은 행동을 할 것만 같습니다.


자녀에 대한 사랑

2013년,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아들이 태어나기 전입니다. 결혼 1년 차였죠. 그래서 영화에서 후반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온전히 와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연애하고 결혼하는 그 장면이 너무나 아름답게만 느껴졌어요. 그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아내와 영국 여행까지 갔으니까요.


몇 년 후, 아들이 태어나고 이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그제야 후반부의 이야기가 마음에 온전히 와닿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더 이상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 부분을 보면서 부모의 사랑을 생각할 수 있었죠.


그리고 다시 아버지의 모습을 봅니다. 명색이 대학교수였던, 그리고 인간이 읽을 수 있는 모든 책을 읽어서 삶에 대한 '이치'를 깨달았을 것만 같은 아버지는 아이들의 인생을 옆에서 바라볼 뿐 조언을 하지 않습니다. 착하지만 약간은 바보 같은 아들과 2% 부족한 딸을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바라봅니다.


'공부해라, 책 읽어라, 바른 행동을 해라'와 같은 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죠. 오히려 어리숙한 아들의 결혼식에서는 '팀이 내 아들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라고 이야기하고, 나쁜 남자를 만나서 고생을 하는 딸도 스스로 삶을 찾을 수 있게 사랑으로 지켜봅니다. 어린 시절에 아들, 딸과 함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기에 가능한 일이죠.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온 가족이 모여서 영화를 보고, 날이 좋으면 해변으로 피크닉을 가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스크린샷 2022-01-02 오전 12.53.40.png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독서모임 발제문


진정한 경제적 자유

최근 인기 있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했는데요. 그 책의 3권에서 '경제적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바웃 타임>의 아버지가 생각나서 발제문을 만들었습니다.

진짜 경제적 자유는 말이야. 재정적인 여유와 정신적인 여유가 합쳐져야 해. 그게 진정한 경제적 자유라고 봐. 햇살 좋은 날에 차 한잔하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유, 돈 걱정 없이 가족과 보내는 행복한 일상,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추억.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송 과장 편>

이 부분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적 자유를 알고 있었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경제적 자유는 단순히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바웃 타임>을 보면서 새롭게 깨닫습니다.


매년, 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조금 전에 말한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삶에 대한 태도를 다시 생각하고,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진정한 의미의 경제적 자유를 구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일상에 지칠 때면 이 장면들도 잊힐 때가 있죠. 그때 다시 나를 돌아보고, 내가 나아갈 길을 생각하기 위해 책을 읽고 영화를 봅니다. 이런 소소한 루틴을 새해를 시작하며 해 봅니다.


2022년도 이렇게 나만의 의식을 통해 스스로 다짐하며 시작합니다. 이 따뜻한 마음으로 일 년을 잘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네요.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매년을 시작하며 '나만의 의식이나 루틴'을 반복해서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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