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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Mar 20. 2022

미드나잇의 파리에 갈 수 있다면…

나도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10년 전,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이탈리아, 스위스 그리고 프랑스 파리!

신혼여행은 휴양지로 가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지만, 고려조차 안 했습니다. 오히려 그런 조언을 들을 때마다 마음을 더 굳혔습니다. '우리의 첫 여행은 유럽이어야 해!'라는 생각에 갇혀 있었나 봅니다. 지금 다시 선택하라고 한다면, 일주일을 추가해서 영국과 아일랜드까지 가고 싶네요. 물론 직장에서 많은 질타를 받겠지만요.


아내는 첫 번째 유럽여행이었고, 저는 대학생 때 배낭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신혼여행을 절반은 패키지, 절반은 자유여행으로 덜컥 예약을 했습니다. 딱 한번 다녀온 그 추억이 용기를 주었습니다. 배낭여행 때 가지 못했던 이탈리아는 패키지로 편하게 여행을 했고, 이미 다녀온 스위스와 프랑스는 제 나름대로의 루트를 열심히 계획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혼식보다 유럽여행을 더 열심히 준비했었네요.


신혼(유럽) 여행에 대한 글을 쓰려는 것은 아닙니다.

여행을 떠나는 그 비행기에서 보았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바로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인데요. 주인공이 파리의 센느강 옆을 혼자서! 걷고 있는 포스터가 유명한 영화죠. 이 영화를 10년 전에 로마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보았습니다. 마침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가 ‘파리’라서 더 몰입해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주인공인 길(오웬 윌슨)은 약혼자와 함께 파리로 여행을 왔습니다. 사실 여행이라기보다는 약혼자인 이네즈(레이첼 맥아담스) 아버지의 출장길에 덤으로 따라온 것이죠. 오웬 윌슨은 영화 <원더>에서, 레이첼 맥아담스는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다시 만났는데요. 이때, 두 배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10년이란 시간 동안 <어바웃 타임>은 100번이 넘게, <원더>도 10번은 볼 줄은 상상이나 했었을까요? (그리고 프랑스 전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도 등장한다는 것을 이번에 알 수 있었네요:)


10년 전에는 아름다운 파리의 풍경에 집중하며 영화를 보았습니다. 잠깐씩 등장하는 개선문과 에펠탑 그리고 완벽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파리의 밤과 낮 거리들을 보면서 말이죠. 2번째 영화를 보면서 그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그 '새롭게' 보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왼쪽부터 <원더> <어바웃 타임> 그리고 <카를라 브루니>

소설가가 되고 싶은가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으로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글쓰기 책을 읽는다고 해서 글을 잘 쓰게 되는 것은 물론 아니죠. 직접 쓰고 고치고 또다시 써야만 하는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신기하게도 자신이 즐겨있는 책의 느낌으로 글이 써지는 것 같습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감성적인 글이, 저처럼 자기 계발서와 경영분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간결한 글을 적는 것 같네요.


2년 정도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갑자기 ‘나도 소설이란 걸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무슨 근거 없는 욕심일까요? 최근에 해리포터를 열심히 읽은 부작용이 소설 쓰기로 등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쩌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며 용기를 얻었을지도 모르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는 하루키가 소설을 쓰게 된 이유와 소설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심지어 하루키는 야구를 보다가 소설을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문득 야구를 보다가 '소설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운명이겠죠?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인 길도 잘 나가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자 이제 막 소설을 쓰기 시작한 소설가입니다. 약혼자인 아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채 나만의 소설을 적어가는 중입니다. 이런 주인공이 미래의 장인어른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장인어른은 사업을 하는 분이라서 소설 쓰기보다는 돈이 되는 일을 하기를 바라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래의 장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약혼자인 이네즈도 소설을 쓰기보다 원래 잘하는 시나리오를 적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 길은 나만의 소설을 써 내려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칵테일파티를 한 후에 약혼자는 춤을 추러 가고, 주인공 혼자서 파리의 밤을 걸어 호텔로 돌아갑니다. 술에 취한 그는 길을 헤매었고, 그 순간 자정을 울리는 종이 울립니다. 역시 환상은 미드나잇에 시작되는 걸까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는 자정의 도서관에 들어가게 되는데, 여기서는 1920년대의 파리로 가게 됩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살롱 문화가 꽃을 피웠던 그 시기로 말이죠.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

그는 여기에서 유명한 소설가인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를 비롯해서 파리의 살롱 문화를 이끌던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또한 파블로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유명한 화가들도 등장합니다. 소설가를 꿈꾸던 주인공은 유명한 소설가들을 만났다는 사실을 믿지 못합니다(사실 꿈일지도 모르죠).


주인공은 용기 있게 헤밍웨이에게 자신의 소설을 읽어달라고 요청을 하지만 헤밍웨이는 바빠서 자신은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트루트 스타인을 소개해주죠. 사실 스타인은 처음 들어서 가상의 인물이 아닐까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실존인물이고 1920년대의 살롱 문화를 이끌었던 미국의 작가였네요. 실제로 피카소와 폴 세잔 등의 인물들에게 영향을 준 인물입니다.


극 중 스타인은 주인공의 소설을 읽고 피드백까지 해줍니다. 영화를 보면서 나라면 미드나잇의 파리에 가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을까를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그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미소가 지어지네요.


'모든 비겁함은 사랑을 하지 않기 때문이야.'

_ 극 중 헤밍웨이의 말


'예술가의 일은 절망에 굴복하는 게 아니라 존재의 허망함에 치료약을 주는 것이다.'_극 중 스타인의 말


이 글은 영화 리뷰보다는 '글쓰기와 소설 쓰기'에 대한 글에 가깝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름다운 파리의 야경에 취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과 앞으로 쓸 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지금은 에세이에 가까운 글을 많이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도 소설을 써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말이죠.


미드나잇이 지난 지금, 프랑스산 와인 한잔과 스웨덴 기업인 이케아에서 산 초콜릿 쿠키와 함께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정이 지나서 글을 쓰다 보면 영화처럼 프랑스 파리의 밤거리나 스웨덴 스톡홀름의 밤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처럼 유명한 작가들도 만나고 독서모임도 하게된다면 더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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