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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인의병 Mar 06. 2023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12

매력적인 빌런, 고탐탐 씨

<(좌) 10+5주 / (우) 10+153주, 203, 매력적인 빌런, 고탐탐 씨>



오늘은 우리 집에 사는 매력적인 빌런, 고탐탐 씨를 소개해 볼까 한다. 고 씨는 뾰족귀를 가진 장모종 야옹이로 모든 상황을 자신의 시야에 두고 꼼꼼히 확인하는 걸 좋아한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매우 신중한 성격의 소유묘이며 모든 일을 계획대로 시작하고 끝내는데, 놀랍게도 대부분 성공한다.




<10+255주, 302, 괜찮아. 난 예쁘니까!>



언제나 자신이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만들어 버리는 탐탐이는 자기표현이 확실하고 매사에 당당한 야옹이다. 집사로서는 사고에 가까운 일이라도 말이다. 침대보를 깨끗이 빨아서 건조까지 마치고 개어 놓았는데, 탐탐이는 당당하게 그 위에 올라가서 경악하는 집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집사: "탐아... 거기 올라가면 안 되는데..."


탐탐: "괜찮다옹. 난 예쁘니까!"




<(좌) 10+32주, 203, 털-완전체 / (우) 10+253주, 302, 등을 빡빡>



세상 어느 집사의 눈에 자기가 모시는 야옹이가 예쁘지 않을까? 고탐탐 씨는 정말 예쁘다. 눈이 부시도록 예쁘다. 태어날 때부터 예뻤고, 자라는 모든 순간이 예뻤고, 지금도 예쁘다. 털이 완전체로 자라도 예쁘고, 심지어 등을 빡빡 밀어도 예쁘다.




<10+121주, 203, 왠지 라끄베르와 상의해야 할 것 같은 자태>



고탐탐 씨는 단순히 그냥 예쁜 야옹이가 아니다. 오묘하게 펼쳐지는 그라데이션 털 빛깔과 (실제로는 순진하지 않지만) 세상 순진한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진짜' 예쁜 야옹이다.


아...! 집사는 '그냥' 팔불출이다.




<10+153주, 203, 집사가 뭔가 잘못을 한 모양...>



조화로움이란 참으로 오묘하다. 사실 탐탐이는 부분마다 떼어서 살펴보면 호시와 비교해 덜 조화로운 야옹이다. 부정교합도 있고 얼굴 모양과 무늬도 납작한 데다가 살짝 비대칭이다.




<10+45주, 203, 심쿵 포인트>



하지만 미묘하게 어긋난 부분들이 한데 모이면 조화로움 너머 다른 세계가 드러난다. 탐탐이의 눈짓 하나 몸짓 하나에 집사의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10+35주, 203, 그윽한 눈빛>



그윽한 눈빛은 그저 덤일 뿐인 고탐탐 씨는 집사가 들이대는 카메라에 그리 친절한 야옹이는 아니다. 집사는 늘 야옹이들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야옹이들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지극히 개별적인 감상이지만 탐탐이에게는 다른 고양이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는 점이 하나 있다.




<10+124주, 203, 그걸 질문이라고...>



우리 집 대장님 덕분에 고양이를 매우 사랑하게 된 집사는 고양이에 관한 글과 사진을 늘 꼼꼼히 살펴본다. 모든 고양이는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탐탐이를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고양이인데 예쁘다가 아니라 고양이를 닮은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가끔 넋을 잃고 탐탐이를 쳐다보다가 이렇게 말을 한다.


집사: "정말 쓸데없이 예쁘다. 탐아. 너는 누굴 닮아 그렇게 예쁘니?"


탐탐: "그냥 태어날 때부터 예뻤다옹!"




<10+128주, 203, 제철 햇살>



고탐탐 씨는 '제철 햇살'이 참말로 어울리는 야옹이다. 창문을 투과해 떨어지는 햇살이 탐탐이에게 닿으면 오묘한 빛깔들의 잔치가 열린다.




<(좌) 10+206주, 302, 이제 잘꺼다옹 / (우) 10+158주, 203, 나야 김수현이야?!>



제철 햇살이 고탐탐 씨의 매력적인 빛깔을 드러낸다면, 밤은 고 씨의 매력적인 질감을 더욱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집사들은 다들 알겠지만, 밤의 고양이는 위험하다. 출구를 확보하지 못한 채 야옹이의 눈으로 빨려 들어가면 헤어 나올 수가 없으니까.


왼쪽의 사진은 모든 채비를 마치고 잠들기 직전에 집사와 눈을 마주쳐주는 탐탐이고, 오른쪽의 사진은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보며 김수현 배우의 얼굴에 감탄하던 집사에게 탐탐이가 다가와 "나야 김수현이냐?!" 라고 묻길래 마지못해 "너야..."라고 대답하는 장면이다.




<10+160주, 203, 집사야? 하늘을 나는 꿈을 꿨다옹>



늘 엉뚱한데 가끔 진지한 호시와는 반대로 탐탐이는 늘 진지한데 가끔 엉뚱한 모습을 드러내는 야옹이다. 야옹이들의 루틴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순간을 마주한다면 그것은 좋은 장면이 되고, 맞춤하게 카메라까지 있다면 좋은 사진이 된다.




<10+144주, 203, 흔들리는 사진 속에서 예쁜 탐이 느껴진거야~>



깜깜한 침대 밑으로 야옹이들이 들어가면 집사는 장노출로 사진을 찍는다. 장노출 사진은 카메라를 고정해도 야옹이들이 움직이면 사진이 흔들리므로 흔한 말로 복불복이지만, 세상에! 고탐탐 씨는 흔들리는 모습마저도 아름답다.


장노출-탐탐이가 흔들리더라도 탐탐이를 향한 집사의 마음은 결코 흔들리는 법이 없다.




<10+49주, 203, Masterpiece>



아무렇게나 빚은 듯 보이지만 구불구불한 탐이의 뒷모습에는 조화로움이 깃들어 있다. 마치 장인이 빚은 도자기 같다.




<(좌) 영화 <캐롤>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사이트 / (우) 10+118주, 203, The Scene_*>



어느 날 밤이었다. 야옹이들은 창가로 올라가 밤 풍경을 보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거리던 집사 앞을 김호시가 막아서는 바람에 포기하려던 찰나, 좁은 틈 사이로 탐탐이와 눈이 마주쳤다. 글을 쓰는 지금도 셔터 누르던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아주 인상 깊게 봤던 영화 <캐롤.Carol>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고탐탐 씨 정말 예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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