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야옹이의 관계
호시와 탐탐이는 5남매 가운데 각각 넷째와 셋째 야옹이다. 아빠를 쏙 빼닮은 호시와 엄마를 쏙 빼닮은 탐탐이는 단순히 자매 관계를 넘어 소울메이트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떨어진 적 없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5년여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두 야옹이는 각각의 영역을 존중하는 동시에 간혹 영역이 겹쳐도 서로 개의치 않는 사이가 되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내리는 날에도
두 야옹이는 따로 또 함께하며 시간과 공간이란 씨실과 날실을 엮어가며 신체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온전한 야옹이로 성장했다.
얼핏 보면 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이목구비에 닮은 구석이 많다. 밝은 창가를 배경으로 세상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기도 하며
하품하는 얼굴 속에 숨겨둔 악마의 형상이 드러날 떄도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 온 까닭에 집사는 야옹이들이 하품하는 순간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한다. 다른 사람들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집사는 하품하는 야옹이 사진을 무척 좋아한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굳이 좁은 창가에 함께 누워 꿈나라로 가기도 하고
한겨울은 제외하면 두세 달에 한 번씩 등을 빡빡 밀고 함께 일광욕도 하는 사이다.
호시와 탐탐이는 어린 시절부터 클리커 트레이닝을 통해 털을 미는 훈련을 했다. 집고양이로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털을 밀어야 한다는 대장님의 강한 의지 때문이다. 처음에는 바리캉의 진동을 익숙하게 느끼는 둔감화 연습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머리 아래 등 부분은 털 깎는 건 제법 쉬운 일이 됐다. 머리와 배, 꼬리(호시만)를 제외하고 야옹이들은 대장님의 지휘 아래 정기적으로 털을 민다.
등을 빡빡 밀게 되면 두 야옹이의 머리는 마치 헬멧을 쓴 양 울프컷 모양이 된다. 털빨에 감춰진 성냥개비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고
외출 후 집에 들어와 불을 켰을 때 띵띵 부은 얼굴로 일어나 집사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한다.
어린 시절만큼 늘 같이 붙어 다니지는 않지만, 햇빛이 들어오는 치맫 위에서 여전히 함께 낮잠을 즐기는 탐탐이와 호시는 언니와 동생의 관계를 넘어 소울-메이트다. 이런 장면을 볼 떄마다 집사가 얻는 마음의 위안은 그저 덤이다.
집사는 야옹이들의 삶을 꼼꼼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야옹이와 야옹이의 관계, 야옹이와 집사의 관계를 고민하며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는 방법이다. 다행히 야옹이들도 어찌 보면 유별난 집사의 행동을 이제는 그러려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세렝게티 들판이 연상되는 침대 위에 눈 감은 묘(고탐탐)와 눈 뜬 묘(김호시)가 함께 있다. 각각의 취향이 서로 해가 되지 않고,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심리적 거리를 유지한 채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영위하는 야옹이들이다.
김호시와 고탐탐, 각각의 야옹이를 관찰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역시나 두 야옹이의 관계와 흐름을 살피는 게 훨씬 더 흥미롭다. 호시와 탐탐이는 집사가 그동안 공부하고 생각한 것보다 더 능숙하고 현명한 야옹이로 살아간다. 집사 역시 호시와 탐탐이가 보기에 좀 더 능숙하고 현명한 집사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