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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인의병 Feb 08. 2023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4

밤의 야옹이

<10+141주, 203, "내 이름은 김호시, 밤이 되면 더욱 빛이 나지.">



책상 스탠드 하나만이 덩그러니 켜져 있는 밤이었다. 잠깐 잠이 들었던 집사는 어디선가 누군가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어스름한 불빛 아래 존재감을 '뿜뿜' 내뿜는 김호시가 어둠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집사와 눈이 딱 마주친 순간, 잠결이지만 머리맡에 있던 물병을 집어 들어 그 위에 카메라를 살짝 놓는다. 물병을 삼각대 삼아 어두운 방 안을 떠돌아다니는 작고 옅은 빛들을 모은다. 밤의 셔터는 꽤 길다. 호시가 움직이지 않기를 바라며 셔터를 누른다. 만화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지구별에서 에너지를 모아 원기옥을 하는 심정이다.



"호오-시이_*"



밤의 야옹이는 위험하다. 흔한 말로 집사들의 심장 건강에 치명적이다. 끝도 모를 만큼 커진 눈동자는 별을 보는 느낌을 집사에게 선사한다.




<10+7주, 203, (좌) 별이 뜬다네 / (우)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야옹해야지>



김호시의 이름은 <호시탐탐>이란 사자성어에서 따 온 것이지만, 일본어로 호시(ほし)는 별이라는 뜻이 있다.


아직은 브레이크가 뭔지 모르던 어린 시절. 우다다를 하거나 사냥놀이를 하고 나면 숨이 찬 야옹이들이 개구 호흡할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야옹이들이 개구 호흡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는데, 열심히 뛰어놀다가 숨이 차면 그럴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물론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개구 호흡한다거나 혓바닥 색이 평소와 달라지는 건 위험할 수 있으니 지속적인 관찰은 중요하다.)


입을 살짝 벌린 채 호흡하는 호시 입에는 가끔씩 이 뜨곤 했다. 이름 때문인가 싶어 혼자만 좋아했는데, 그런 까닭일까? 은연중에 별과 함께하는 사진이 많은 호시다.


호시 얼굴에는 풍부한 표정이 있다. 집사가 카메라를 들고 있어도 낯설어하지 않고 카메라 너머에 있는 집사를 본다는 느낌이다.




<10+13주, 203, 인터스텔라 탐탐. '틈'과 '때' 사이>



한편 탐탐이에게는 상대적으로 호시만큼 풍부한 표정은 없다. 카메라를 든 집사를 낯설어하고 카메라를 경계하는 느낌이다. 풍부한 표정이 좋다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매력이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다. 호시만큼 호(포)토제닉하지는 않지만, 탐탐이는 실제로 보면 눈앞에 있는 존재를 얼어붙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호시에 비해 탐이의 매력은 사진으로 담아내기가 무척 힘들다.


잘 찍은 사진보다는 생각을 던지는 사진이 좋다. 당시의 기억과 느낌을 현재로 소환하는 것이 사진이란 미디어가 갖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까닭에 집사가 야옹이들을 사진으로 꾸준히 담아내는 것은 단순히 잘 찍은 사진 한 장, 한 장을 남기고자 함이 아니다. 야옹이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시간이 지나 다시금 그 순간을 떠올리는 과정은 여러 가지 형태의 정보로 존재하는 추상적인 고양이들을 집사와 함께 살아가는 야옹이들로 구체화하는 작업에 가깝다. 




<10+63주, 203, 밤의 존재감, 탐탐>



집사 심장에 해롭기는 밤의 고탐탐이라고 뭐가 다를까? 밤에 마주하는 야옹이는 역시나 무척 위험하다.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고르는 밤. 사진을 사진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작은 '틈'사이, 야옹이와 집사가 눈 마주칠 '때'의 두근거림을 떠올린다. 집사는 야옹이들의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야옹이들과 함께 사진을 한다.







P.S


나는 사진을 '찍는다'라는 동사 대신에 

사진을 '한다'라는 동사를 쓴다.


'찍는다'_라는 동사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만을

의미하는 경향이 짙다면


'한다'_라는 동사는 셔터를 누르기 전에 보고 관찰하고 

셔터를 누르고

다시금 결과물을 보고 선택하는 과정 모두를

포함하는 말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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