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은 Dec 18. 2020

가만히 1

꿈으로 피는 꽃

가만히 1

너와 나에게 우리가 되고서
쌓아 놓은 말하지 못한 것들이
시간을 따라 흐르며 퇴색되어 가도
여기까지 같이 온 것으로
말하지 않고도 미소가 지어진다.
가만히.

갈 것은 가고 올 것이 와서
남겨진 것 중 우리가 생겨 난 것처럼
말하지 않아도  말이 아깝지 않도록
마음이 가깝게 살고 있어서
내 쉬는 숨에도
오래된 이름이 묻어난다.
가만히.

세상 속에 너와 내가 우리라는 말로는
아프기 싫은 나이가 되고 보니
말이 아깝지 않게 채워 둔 기억이 있어서
시간은 좋은 시절로 돌아왔다.
가만히.

가만히 한 호흡 숨을 들이키면서
채운만큼 비워야 하는 날들도 와서
세상살이가 가만 가만
살아져 가는 나이가 되었다.

"20여 년 한 사람과 사랑하며 더 길게 남아있는 생활을 같이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고 행복이다. 사람에게 이런 행복이 있다는 것처럼 다행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시대의 유배생활 같은 시기를 잘 겪고 그렇게 또 몇 성상의 시간이 흘러도 우리는 여전히 가만가만  같은 시간, 같은 사람으로  살아가서, 우리가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지기를 꿈꾼다. “

사진-김병일

매거진의 이전글 나무가 된 바람에게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