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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은 May 25. 2024

중년으로 사는 연습 67. 산다는 건

중년으로 사는 연습

중년으로 사는 연습 67

산다는 건


그리움은 가질 수 없는 것인 것처럼

기억 위에 덧칠해진 세월 쌓인 먼지를

햇살로 건조하고 바람으로 날리기를 기다리면


더 선명해진 기억은

이루지 못한 것이 되어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두렵지 않은

시간으로 남았다.


목마른 사랑이 아니길 바라며

가슴에 오래 묵은 옹이를 파내고

시원한 바람이 통하여

가슴이 넓어지기를 기다려도

마음의 한계가 좀처럼 커지지 않는 것처럼


부족함에서 언젠가 시작된 오늘이

너와 나에서 내일이 된 것처럼

아이들의 사람살이가 되어

되새김질하듯 순환하고


우리는 이제

남겨진 사랑이 되어

부드럽고 따스한

햇살과 바람이 되어

오래 묶은 먼지를 날려 보내며


남은 공간 속에 영원처럼 남아

오래도록 남을 기억이 되면 된다.


“산다는 건, 기억 속에 있는 소중한 일상들을 깨끗하게 닦고 말려가며 오랜 사랑으로 변해가게 하면 된다. 우연이 마주쳐 치기로 시작된 청춘의 풋사랑이 묵은 사랑이 되기까지 그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으며 지나왔고 다시 그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을 살아가고 있지만, 산다는 것은 그 시절로부터 시작된 오늘이 오래된 사랑으로 되기까지 우리의 모태였음을 이미 우리는 알고,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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