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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은 Jul 09. 2024

중년으로 사는 연습 79. 암전.

중년으로 사는 연습

중년으로 사는 연습 79

암전


시야를 가리는 환한 조명이

막을 내리기 전  흐려졌고

이윽고 어두움이 내려앉았지만

다음을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어두움은 동일한 공간을 더듬고

시간을 찾아 변화를 준비하는 것으로

이어짐이 공존의 의미가 될 수 있고


보여지는 것과 느끼는 것이 다르듯이

서서히 빛이 다시 떠오르면

무대 위 그림자 앞에 선 점점 찬란해지는 모습과

뒤로 번지는 이면이 객석과 함께 조화로워질 때

어두움은 밝음을 위해 존재하는 의미가 된다.


조명이 흐려지고 몸의 시간이

암전을 필요로 하는 때가 오면


막을 천천히 내리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공간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찾고


몸이 인연을 필요로 할 때

마음의 휴식이 준 변화로

한걸음 더 걸어가야 할 때와

한걸음 더 물러서야 할 때를 구별하며

음악이 흐르는 것처럼 살아가면 된다.


다음 시간이 공간 속에서 조용해지면

다시 암전이 필요한 시간이 온다.



“밤이 오면 불을 끈다. 생채 신호가 나에게 휴식을 알리고 자장가의 전주곡 같은 뉴스를 듣다가 TV는 켜놓은 채 새벽녘 부스스한 목마름이 리모컨의 붉은 전원을 누르게 하는 시절. 불이 꺼진다는 것은 하루의 꿈같은 시작을 준비하는 것이고, 새벽녘 물 한 컵의 안정이 세상을 편안히 바꾸어 놓는 기적을 경험하는 것이며,  ‘너는 살아있니?’라고 되묻는 일상을 도돌이표처럼 사는 시절이 가끔은 행복할 때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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