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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은 Aug 29. 2024

중년으로 사는 연습 91. 시간의 경사

중년으로 사는 연습

중년으로 사는 연습 91.

시간의 경사


올라가기 위하여

시간을 움켜쥐고 서서 살아온 생애


시간의 오르막이 있는 듯 믿고

그 방법만 배우고 가르쳐온 시절


마음을 움켜쥐고

시간의 경사를 따라서

바라보게 되는 두 개의 세상풍경


어디쯤이 끝인지 모르는 곳을

쉼 없이 오르다가

내려가야 하는 길 위에서

바라보게 되는 첫 번째 풍경


여기는 어디쯤 일까?


세상 밥벌이 속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한 풍경이

흔하디 흔한 현실로 다가오고서야


시간의 경사

가파른 내리막 길을 따라

혈기가 남은 땀을 식히며


이제서 앞서간 사람이

앞에 남겨 놓은

이정표를 가만가만 찾으며

바라보게 되는 두 번째 풍경


누군가 오랫동안 걸은 길을

천천히 걸어 내리막 끝 지점

이정표를 만날 것이라 믿어야 했고


내려오면서 본

멈춤과 여유 속 느림의 미학이

놓쳐버린 생활의 평범한 아름다움으로


공존하는 시간 속에서

평지를 걷는

느린 시간을 살게 한다.


“다시 여기가 어디쯤 일까? 의 의문이 나를 감싸 안는다. 긴 인생살이 몇 번의 고비를 넘고, 내리막의 끝에 다 달아서 보니, 여기서부터는 평지일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로 인해서 남은 생애가 더 흥미로워지겠지만, 세상살이 완전한 평지에 다다르고 그 후로 아주 오랫동안 여전히 나를 가꾸고 배우고 익히며 천천히 살아 여유로운 시절을 만들며 살아가면 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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