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으로 사는 연습
중년으로 사는 연습 107.
완행(緩行)
산이 있어 오르고
막혀있는 길은 돌아서
뒤돌아보지 않고
개울 위로 징검다리를 놓아가며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야 했다.
앞을 향해 선채로
처음인 듯 사방을 둘러보며
시원한 호흡을 가슴에 담으며
누구나 가진 십자가를 지고
갈수록 길어지는 그림자와 함께
이름 없는 종착역을 향해
아이들의 부모가 되었고
당신의 아들이며
너의 나여서
이름 없는 능선 위
들여마신 호흡이 몸으로 퍼질 때를 기다려
마음이 가고자 했던 곳에서
몸으로 가야 하는 곳까지
정해 놓지 않은 종착역을 향해
갈 수 있으리라 믿으며
지금은 느릿느릿 걸어
밤이 되면 별을 보고
강에있는 달을 보듯
아침이면 먹구름 헤치고
태양이 떠있는 바다가 보이는
그곳까지는 가 보아야 한다.
“逢山開道(봉산개도) 산을 만나면 길을 터 장애를 돌파한다라는 의미의 사자성어가 오십 대를 지나며 逢山迂廻(봉산우회)라는 말로 변해간다. 종착역이 내일이더라도 후회 없는 삶은 살아지지 않겠지만, 종착역 쪽으로 다가갈수록 후회하거나 걱정해야 할 일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것은 나의 몫이고, 청춘의 꿈은 아니어도 남은 세상살이를 위한 꿈 하나쯤은 챙겨 들고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