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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으로 사는 연습 6. 여백

중년으로 사는 연습

by 이진은

중년으로 사는 연습 6.

여백


사는 모습에 직업이라는 이름이 붙어

하고 싶은 걸 하던 때에서

해야만 하는 걸 하던 시절도 지났고

하기 싫은 것조차도 견디어야 하는 때


세상 속에 선 나를 돌이켜 보며

이미 지켜야 하는 것이 많아진 계절이

때론 슬프기도 아프기도 하다가


인생의 정점을 거쳐 내리막 길을

천천히 함께 걷고 있는 우리가


지금을 여백처럼 음미되어야 하는

시절이 왔다는 것을 마주 보며 인정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생활 속 휴식이

옆에서 손잡고 보조 맞추며

함께 걷는 사람이 되자고 한다.


더듬어 보아 반쯤 남아있을 생활이

먼지가 자연스럽게 내린 여백을

편안하게 받이들이라고 이야기할 때


하기 싫은 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긴 기다림 속 인내 같은 한적한 곳에

점점이 흩어져 내리는 먼지처럼

마음속 여백이 자연스레 자리를 잡도록

가만히 두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지천명, 세상이 원하는 분명한 것이 있음에도 내리막을 가고 있다는 아쉬움에 오르며 보지 못한 것을 챙겨 보며 행복해야 함에도 급하게 오르다 놓쳐버린 것들을 다시 챙기고 큰 지도 책위에 그려진 길 중 겨우 여기 임을 이제서 알게 되었다. 그저 가다 보면 다다르리라 생각했지만 돌아보게 되는 것이 인생인 것처럼 끝나지 않았기에 완성되지 않았고 가야 할 미지의 길은 남은 행복을 위한 준비를 하며 걸어가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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