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으로 사는 연습
중년으로 사는 연습 18.
물
바위 속 태초의 발원지로부터
물이 땅의 정기 따라 모여들고
강이 되어 흐르면
거칠 것 없이 흐른 후에는
뒷물이 되어 앞물을 밀고
막히면 돌아도 가고
넘어도 가며
큰 *연지(硯池)를 만나면
편안히 고여
차분히 채워지기를 기다린다.
먼저 온 물이 마중 물이 되어
하나가 되고
순서를 기다리듯
순리를 따라
그 끝인 바다에 다다를 때까지
흐르는 동안 하늘에 전하여져
구름이 되기도 하고
땅의 기저를 따라
태초가 되기도 하며
하늘과 땅 처음 그곳으로
다시 윤회된 듯이 돌아가
사람 사는 이야기처럼
바람 따라 흘러
눈썹달 비치는 한가로운
강물이 되어 돌아오리라.
물처럼 흐른 시간이
사랑을 사랑할 수 있을 즈음이면
연지(硯池)-벼루의 오목한 부분
“물과 관련한 일을 하며, 평생을 먹고살았지만 물처럼 사는 사람 살이는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물의 흐름은 소용돌이 속에서도 나름의 법칙을 따라 순서를 지키며 흐르고, 그 규칙을 깨는 법이 없다. 그래서 물은 변함없이 흘러가는 것이고, 물처럼 살아가는 일과 도덕을 습관처럼 지키며 사는 일이 마음에 들어앉아 어려운 일상을 잠시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만으로 순리대로 정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