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으로 사는 연습 17. 여기

중년으로 사는 연습

by 이진은

중년으로 사는 연습 17.

여기


여기가 어디쯤 인지를

습관적으로 궁금해하는 자문은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현실 속에서

반성문을 써내려 가면서

인내가 끝나는 때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다림은 팽팽한 인장력을 버티는

시간 중에 자연히 느슨해지리라

믿었던 마음이었기에

근육이 파열되기 전까지


나에게 던지는 자문에 대한

자답을 바로 던져놓지 못했지만

방향은 잃어버리지 않았고

목적지를 놓아버리지 않았기에


다시 가끔은

여기가 어디쯤 인지를 궁금해하며

인생의 물음표와 느낌표 하나를 들고

여행 중 남아 있을 시간표를 살피며


버티는 듯한 느낌에

조용히와 천천히를 더하며


옆에 함께 선 너에게 줄

“사랑해~”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느리게 갈 수 있는 곳까지

변하지 않게 살아갈 것이다.


먼 어느 날

여기에서도 여전히


“오십여 년이 넘게 걸어왔지만 아직도 가야 하는 길이 남아있고, 온 길보다는 짧은 길이겠지만, 더 많은 변화가 나를 지배할지도 모른다. 지나 온 길에도 좋은 일속에 힘겨운 일들을 섞어 시간을 견디었고,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기에 지금에 서있다. 나와 주변을 사랑해 가며, 여기가 어디쯤일까라는 물음표가 느낌표가 될 수 있도록 살아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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