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으로 사는 연습 22. 유배

중년으로 사는 연습

by 이진은

중년으로 사는 연습 22

유배


생의 절정이 지난 후

넘어온 봉우리를 돌아보면

정상에 걸친 푸른 하늘 속

구름 한 점이 얌전히 떠있었고

앞으로는 멀리 보이는 거친 풍경이

계절의 변화처럼 펼쳐져있었다.


내리막 한 중턱 거쳐야 하는

유배지 같은 기착지는

벅찬 숙명 같은 생활을 메고​

희망이라는 거짓이

참이 될 때를 기다려야 하는 곳이었고


중년의 원죄(原罪)는

절정이 준 희열만큼의 절망을

견디어야 하는 것이었지만


가만가만 걸어 내려가야 하는 시간은

멈추지 않는 길 위에서

새로움으로 생활을 지어


유배지 같은 내리막 계절이

새로운 여정을 만들 때를

기다려야 했고


스스로 자유롭다고 나를

다독이다 보면 다시

평평한 길을 만나게 된다.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더라.



“청춘시절이 지나고 오십 중반 즈음, 생활의 한자리가 꽉 막혀 답답함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다산과 신영복 선생의 생애를 되짚으며, 운명처럼 다가온 유배를 답답하지 않게 헤쳐 나가는 것이 중년임을 스르로에게 인지시켜야 했다. 계절이라는 것은 변하기 마련이고 유배의 끝에는 내가 만들어 온 길이 열려있으리라 믿으며, 나는 상대적으로 평화롭고 자유롭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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