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으로 사는 연습 29. 눈을 기다리며

중년으로 사는 연습

by 이진은

중년으로 사는 연습 29

눈을 기다리며


낙조 찬란히 번져가던

앙상한 가지 위로 모인 가을 향기가

바람을 따라 흩어져

풍성한 눈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행복한 계절이 왔다.


세월이 흘러

눈이 별스럽지 않음에도

첫눈이 기다려지는 것은

첫눈 오는 날의 설렘은

변함이 없어서였고


겨울이 시작된 것을 알리는

포근한 음표들의 울림이

하늘거리는 눈송이로 변해

따스한 커피잔 속으로

떨어져 내리길 기다리는 낭만은

도란도란 옛이야기 같은

가슴 설레는 기다림이었고


기다림은 때에 맞추어 일어나는

일상적인 것들을 기다리며 사는 것과

마음속에 가득 찬 특별한 그리움으로

세상의 시간을 채우는 일이었으며


기다림은 확인되거나 끝내 확인하지 못한

기다림을 지킨 스스로를 위한 행복이었으며


기다림이 다 채워졌을 때 만나게 되는

눈발 날리는 갑작스러운 창밖 풍경만으로

마음은 풋사과 같은 상큼함이 채워져

모든 일상적인 기다림의 이유가 된다.



“기다림은 때에 맞추어 일어나는 일상적인 것들을 기다리며 세상을 사는 것과 마음속에 가득 찬 특별한 그리움을 기다리며 세상의 시간을 채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기다림은 확인되거나 끝내 확인하지 못하게 될지라도 그 기다림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채워지는 행복일 것이다. 행복할 준비는 기다림으로부터 시작되고, 기다림이 다 채워졌을 때 만나게 되는 그 어떤 기대로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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