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보내는 겨울편지
비가 한차례 내리더니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졌습니다. 안부를 여쭙고 싶으나 당신께 닿을 길이 없네요. 그래도 펜을 들어 하고 싶은 말을 써내려 가려고 합니다. 이미 쌓여있는 편지들과 또다시 쌓여갈 편지들이 한가득 이지만 닿을 수 없는 편지를 적는 일을 멈출 수가 없어요. 내 미련은 끝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당신 요즘 어때요? 어떤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까? 별 일없어야 할 텐데요. 사뭇 걱정됩니다. 사실 날씨는 핑계입니다. 추워진 날씨에 당신 안부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그냥 무작정 당신이 생각나서 무작정 당신이 보고 싶은 마음에 그런 마음에 편지를 쓰는 겁니다. 시린 겨울바람에 혹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지 겨울의 추위가 당신 마음마저 얼려버리지는 않았을지 하나부터 열까지 궁금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겨울이 되면 으레 당신의 안녕을 더욱 바라는 나입니다. 모든 계절을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은 당연하고 특히나 겨울은 더욱더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모로 시린 계절이니까요. 어제는 무언가 기억하려고 했지만 떠오르지가 않아서 한참을 애를 썼어요.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는 거겠지요. 멈추지 않는 세월이 흘러 벌써 당신과의 기억이 희미해지는 날이 오고 말았습니다. 언젠가 이런 날이 빨리 오길 기도하며 살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내 안의 당신이 제발 사라져주길 바라며 매일 살았었어요. 그런데요. 막상 그 순간이 오니까 붙잡고 싶어지네요. 큰일입니다 . 이런 마음을 간직하는 것도 당신이 지워지는 것도 다 큰일입니다. 보고 싶은데 당신이 보고 싶은데 내가 사랑했던 당신의 눈 코 입 그 웃음이 너무 흐려졌어요. 잘 보이지가 않아요. 그렇다면 나는 이것을 좋아해야 할까요? 아니면 또 슬퍼해야 할까요? 무엇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기억하는 것도 잊어버리는 것도요. 그래도 당신은 잘 지내죠? 잘 지내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어디서든 당신은 따뜻한 겨울 보내요. 춥지 않게요.
2021년 12월 어느 추운 겨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