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밤바다
사실 바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너무 그리웠던 내가 우리 자주 가던 광안리 바닷가를 찾아 억지를 부리고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다는 여전합니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많은 사람에게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어떤 것을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바닷가를 걷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사랑한 만큼 잃는 게 너무 많은 헤어짐이었다. 하는 생각이요. 당신과의 헤어짐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도 좋아하던 음식도 좋아하던 장소도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사랑했던 당신도 모두 잃어버렸거든요. 더는 그것들을 내가 가지고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도 아시죠? 내가 이 바다를 얼마나 사랑했는지요.그렇게 사랑했던 바다를 당신과 헤어진 이후로 처음 와봤다면 아시겠어요? 내가 얼마나 괴로웠을지요.
오랜만에 본 바다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렇겠지요. 당연히 변함이 없이 그대로겠지요. 변한건 우리 둘 뿐이니까요. 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파도를 내게 보내며 나를 위로했습니다.
바다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니아니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사실은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도 변하지 않은 이곳에서 우리 사랑했던 날을 떠올리며 바다를 핑계로 당신을 부르고 그리워하며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