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이 죽여버린 내 사랑의 명복을 빌어줬을까
당신의 입에서 태어나 내 안으로 들어온 말은 죽지도 않고 살아서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다. 당신이 남기고 간 그 말이 내 안에 기생하며 나를 갉아먹지만 나는 그 말을 쉽게 유기할 수도 죽여버릴 수도 없다. 몇 해나 지났을까? 벌써 당신을 처음 만난 계절을 몇 번이고 지나쳐왔는데 희미한 기억으로 남겨질 만 할 때쯤이면 8월의 마지막 날이 찾아와 보란 듯이 나에게 당신을 다시 새겨준다. 이처럼 여름의 끝자락에서 당신은 나를 기다리고 나는 그런 당신과 함께 가을을 살아가야 한다. 어디 가을뿐일까 그다음 겨울도 그다음 봄도,